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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우리 딸이 참가하는 작은 콘서트가 있었다. 장모님이 다니시는 교회를 토요일에 빌려서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매년 실시하는 콘서트이다. 피아노를 치는 어린이도 있고 바이올린을 켜는 청소년도 있다. 사실은 딸아이의 이모가 피아노 선생인데, 이 선생님의 다른사람들과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레슨을 진행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무대를 마련한다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서기를 두려워 한다. 하물며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 조차도 무대에 서게 되면 떨리게 마련이다. 음악은 혼자서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대에 서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악기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무대경험을 쌓게 해 주기 위한 처제의 노력이 참 좋아 보인다.

요즘 어린이들은 배우는 게 많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음악부터 발레, 미술, 과학탐구, 태권도등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러 다닌다. 우리 딸아이만 하더라도 영어를 엄마와 함께 일찍부터 배워왔고 이제는 상당히 수준높은 학원에 다닌다. 또 피아노는 당연히 친다. 피아노의 경우 우리 딸은 이번 콘서트에서 한곡은 유명곡을 치고 한곡은 직접 작곡을 했다. 작곡가인 이모가 가르쳐서 그런가 ?  하지만 이모는 작곡을 가르쳐 주지 않았단다. 이거 음악 천재 아닌가 ? 생각해 봤지만 피아노 치기는 아주 싫어하지만 엄마가 치라고 하니까 친다. 바이올린도 이모를 통해서 한참 배우다가 바이올린 현에 바르는 송진이 가루가 날려 천식을 유발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중단했다. 또 스케이트도 할 줄 안다. 정말 우리 딸에게 꽂힌 것은 춤이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그렇게 배우는것을 싫어하더니 교회에서 유치원때부터 찬양팀에 소속되어 활동하다가 3학년이 되어 전문 댄스팀에 들어간 후로는 여기에 완전히 빠져 있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의 춤은 다 할줄 알고 새로운게 나와도 몇번 해보면 그냥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를 닮았을 줄 알고 음악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더 좋아하는 춤이 있으니 이것만 하고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로서 이를 전적으로 지원하기에 매우 힘이 든다. 교회 전문 댄스팀인 '파워키즈'에 다니는 딸을 위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아직 어린 딸을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교회에 혼자 보내기 두렵다. 엄마가 이 아이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할머니가 때로는 엄마가 차로 데리고 가고 끝날때 다시 교회에 가서 데려온다. 가끔은 아빠인 내가 교회에 가서 데리고 집에 가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때는 김연아 엄마가 생각난다. 김연아 엄마의 엄청난 희생이 없었다면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태어났을까 하고... 하지만 지금도 교회 커피숍에서, 아이스링크에서 딸의 연습이 끝나길 기다리는 엄마들이 많이 있다.


다중지는 이론이란게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정립한 이론으로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적성이나 직업능력 개발을위해 측정하게 되는데 보유한 지적 능력을 대략 8가지의 방향으로 분류한다. 보통은 강하게 나타나는 지능이 있고 약하게 나타나는 지능이 있게 된다. 강하게 나타나는 지능의 방향으로 능력을 개발해 주되 약한 부분도 너무 약하지 않도록 보완하여 능력 개발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중지능 이론에 대입하여 보면 우리 딸의 현재 가장 발달된 지능은 운동지능인 듯 한데, 그럼 전문 춤꾼으로 키워야 할 것인가? 배우지 않은 작곡도 하는걸 보면 음악지능도 있는 듯 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소설을 쓰는 딸을 보면 언어지능도 꽤 괜찮은 듯 하다. 원론적으로는 가장 잘하는 방향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으라고 말을 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의대나 법대로 보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마음은 때로는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느낀다. 부모세대의 잣대로 자녀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중에 아이돌 그룹에 들어가서 춤추는 딸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물론 잘되어서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백댄서로 머물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역시나 나도 속물인 아버지인듯 하다.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속마음은 책 많이 읽고 공부 잘하는 딸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늘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가지 환경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잘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것이 맞는 말인지는 살면서 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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