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새로운 출발일을 정하면서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는 예부터 학자들에 따라서 1년을 시작하는 방법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음력 1월1일을 기준으로 1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주명리학자들은 만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입춘(立春)부터 새해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음양오행을 따지는 주역파(周易派)들은 양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 다음날부터 진정한 새해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북미(NHL)의 프로 하키 선수는 1월생이 제일 많다고 한다. 그 다음은 2월, 3월 순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야구선수들은 8월생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9월, 10월 순이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의 자국 선수 중에는 9월, 10월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알고 보면 조금 서글프다. 유소년 리그의 가장 처음 선수로 선발되는 7살 이전 연령대의 선발 기준일이 캐나다가 1월1일, 미국 메이저리그가 7월31일,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9월1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7살 이전 어릴 때의 몇 개월 차이가 이후 성장하는데 많은 기회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가졌던 친구가 대표 선수가 되고, 대표 선수가 되었기에 더 많은 훈련 기회와 더 많은 성공 기회를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소명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일정 부문은 내가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어쩌면 당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어떤 문화적,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 있는 작은 차이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분명히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리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에 따라서 달라진다. 새해를 신년의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1일로 잡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 재해석이 필요하다. 
 
 아울러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서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회를 잘 살린 사람들도 있고 때로는 억울한 사회적 테두리 속에서 변명할만한 충분한 불이익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사회이고 이것이 인생인 것을. 얻지 못한 기회를 한탄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주어진 기회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에게 하늘은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현재 하는 일에서 소명을 발견할 지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감사의 목록을 작성하고, 앞으로 주어질 기회를 생각하며 그 기회를 발견하는 행운과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갈고 닦을지어다.

 신년 아침에 스스로에게 주는 교훈이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