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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계환의 세상읽기



 3월 17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에서 삼성에 근무하는 18만명의 평균나이는 32.8세라고 한다. 신입임원 연수가 진행되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내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인력개발담당 임원이 밝힌 내용이란다. 이렇게 뜻밖에도(?) 삼성의 임직원이 젊은 이유는 그동안 젊은 직원들을 많이 채용해서란다. 18만여명에 달하는 그룹 임직원중 30세 이하 비중이 40%이고 입사 5년차 이하 비중도 40%라고 한다.

 기사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삼성에 근무해본 나로서는 이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20대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많은 숫자로 삼성에 입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군대에 갈 의무가 없는 대졸여성의 입사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입사자의 연령이 또한 젊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면에 있는 다른 이유도 있다. 20대 직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그 시간에 40대를 넘는 사원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일하면서 20여년을 근무한 많은 사람들이 봄이되면 정기적으로 퇴직을 한다. 얼마전에 만난 삼성그룹 입사 동기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저녁 송별회를 했는데 그전까지는 나하고 직급이나 나이가 차이가 있어서 그분이 나가면 나가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의 바로위 선배가 나갔으니 다음엔 내 차례인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8년여를 삼성에 근무하면서 정년퇴직한 선배를 딱 한명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그 이전에 회사를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된다. 1999년 IMF 후유증이 있었던 대량퇴직때 말고도 정기적으로 일정나이가 되면 보직간부의 물갈이를 통해서 퇴직이 이루어진다. 물론 현재의 인력구조는 어쩌면 과거 잣대로 보면 비정상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요즘 대기업의 인력구조는 대부분 과장급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직의 하나의 부품처럼 열심히 살다가 일정 나이가 되어서 순발력이 떨어지게 되면 조직을 위해 물러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와 구조이다.

 문제는 이들이 조직의 우산속에서 20여년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에서, 부자가 될 정도는 아니고 그럭저럭 살만큼 주는 월급을 받으면서 살다보면 미래의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이들에게 사회에서 필요한 방법론을 배우라고 말해보았자 소귀에 경읽기 인 경우가 많이 있다. 그들은 공부를 잘 했고 좋은 회사에 다녔고 나름대로 실적도 올렸다. 그러나 바깥 세상은 또다른 정글이고 자신이 올렸던 성공방정식은은 통하지 않는다. 좋은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이력을 쌓은 사람일 수록 자신의 기업을 창업했을 경우 실패확율이 더 높다. 자신이 성공했던 그 방식대로 다시 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삼성같은 좋은 조직에 있는 사람일 수록 조직의 논리에는 잘 적응한다. 다만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매우 소홀하다. 미래 사회는 점점 더 조직이 잘게 분화되고 개인의 창의성과 변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더 많이 바라봐야 한다. 젊은사람들이 조직에 더 많이 들어 오더라도 내가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찾고 조직내에서 성공하던지 아니면 미래에 변화된 시장으로 나오던지 간에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오늘도 코칭을 하고 있는 두명의 대기업 직원과 이메일로 소식을 전했다. 오늘 하루도 조직에서 시키는대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만의 스케쥴과 방법론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체크하라고...이렇게라도 점검하고 재촉하지 않으면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일 속에 묻혀서 자신의 젊음을 소모하고 있을 것이므로...

 2010.3.17 안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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