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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 드라마 <추노>에 빠져 있습니다. 혜원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돌.
그냥 평범한 돌이었지만 혜원에게는 죽도록 사랑했던 도련님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나도 그저 수많은 자갈 가운데 하나 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겐 정말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소명] 세 번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나의 소명은?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세 번 넘겼다고 들었다.


첫 번째는 두 살이 채 되기 전. 뭐가 불만이었는지(물론 난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더니 갑자기 얼굴이 파래지면서 숨을 쉬지 않더란다. 울다가 가래가 목에 딱 걸렸다는 것이다.  약사이신 엄마께서 기저귀 고무줄을 내 입에 쑤셔넣고 입으로 빨아들이는 응급처치로 겨우 숨통이 트였다.


두 번째는 네 살 남짓 되었을 때. 당시 용산(지금 중앙대용산병원 근처)에 살았는데 집앞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앞에서 오는 트럭을 피한다고 핸들을 급히 꺾었다. 자전거와 함께 언덕으로 굴렀는데 밖에 누군가 내놨던 연탄난로 위로 떨어졌단다. 다행히 화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당시 엄마는 너무도 크게 충격을 받아 차가 다니지 않는 신림동(당시에는 경기도 시흥군)으로 이사를 가는 계기가 됐다.


세 번째는 나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다섯 살 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놀러갔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할아버지는 낚시를 하시고 할머니는 음식을 준비하셨다. 기억에 바위가 많은 절벽이었는데 앉아있던 돌이 흔들리면서 돌과 함께 바다에 빠졌다.  낚시에 여념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바다에 빠진 나를 보지 못하셨고... 눈 앞에 물고기들이 어른어른 보였던 것이 기억의 편린으로 남아있다.  깨보니 할머니 품에 안겨있고 할머니는 큰 소리로 엉엉 울고 계셨다. 얼굴에는 안티푸라민을 잔뜩 발라놔 눈이 따끔거려 눈을 뜰 수가 없고...인적이 드문 곳인데 때마침 청년 몇 명이 이곳을 지나다 내가 떨어지는 걸 보고 한 청년이 바다에 뛰어들어 나를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외할머니는 “그때 널 잃었으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하시면서 돌아가실 때 까지 정말 수십 번이나 이 얘기를 꺼내셨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사고없이 편안(?)하게 인생을 살아왔다. 


어렸을 때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이 땅에서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살아오면서 간간이 해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 소명(召命)을 얘기하란다.  소명은 하늘의 명인데... 아직까지 내가 무언가 이루어낸게 없으니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 아기천사가 되지 못하고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질 때까지 이 땅에 살면서 해야 할 하늘의 뜻은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성공?
목표 달성?


어렸을 땐 S대 진학이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달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진 목표는 이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
그런데 ‘최고’의 기준이 애매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논문을 많이 내는 거? 학회활동 열심히 해서 학회장이 되거나 병원 행정일 열심히 해서 병원장 한번 해보는 거? 환자 진료에 매진해서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좋은 의사가 되는 거? 방송출연 많이 해서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명의’로 인정받는 거?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지만 그 하나를 이뤘다고 과연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슈바이처 박사나 퀴리부인 처럼 만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삶은 분명 성공한 삶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순 없다. 결국 내 머리 속에서 나온 ‘성공’의 기준은 내가 살아온 영역 안에서 남들이 보기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을 이뤘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논문 많이 내서 동료들에게 으쓱할 순 있지만 평생 논문내지 않으면 후배들에게 바로 밀린다. 학회장이나 병원장이 되도 2-3년 임기가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묵묵히 자기 전문분야의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진짜 명의들이 많지만 사람들은 좋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방송 많이 탄 의사를 명의라고 부른다.  물론 방송에서 사라지면 기억에서도 잊혀진다. 

목표 달성 혹은 성공했다고 해도 결국 산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야 하듯 정상에 계속 머물러 있지 못한다. 병원장 한번 했으니 혹은 '명의' 소리 한번 들었으니 난 성공한 삶이야 하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말고는 내게 주어진 다른 미션이 떠오르지 않는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다리 아프고 숨가쁜 고통을 참아가면서 계속 올라야 할까?  산 정상에 올라서 있는 10분도 소중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고통스런 10분도 똑같이 소중한 시간이다.  성공이란 열매를 생각하면서 고통을 즐겁게 인내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단지 성공이란 짧은 기간의 즐거움을 위해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긴시간을 불행하게 보냈다면 과연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대해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안철수나 한비야 처럼 어느새 유명인사가 되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않더라도 매 순간 행복하게 살았다면 내 인생에서 후회는 없다.



p.s. 분기별로 신곡을 연습합니다. 약속이 있으면 30분 일찍 약속장소 근처에 가서 노래방에 혼자 들어갑니다. 인터넷에서 미리 뽑은 악보를 들고 키를 맞춰가며 열심히 연습합니다.
모임에서 노래방에 가게 되면 드디어 열심히 연습한 신곡을 뽑아들고 노래실력을 뽐냅니다.^^ 사람들의 얼굴표정(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신곡을...)을 보며 괜히 으쓱해지고 앵콜 박수소리에 행복해집니다.
이 행복을 맛보기 위해 노래방에서 연습하는 30분도 내게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근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신곡취입을 못했네요..ㅠ 주말엔 큰아들과 노래방 가서 신곡 연습할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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