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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공개수업일이 내일 모레 코 앞이다. 한 두 번의 공개수업으로 그 교사의 모든 수업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교원평가 도입 후 이런 공개수업이 주 평가근거가 되고 있다.

40분 짧은 시간이지만 수업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의외로 많다.

교사가 평소에 떻게 학생들을 지도해 왔는 지 학생들을 통해서, 분위기를 통해서, 교사의 태도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는 힌트들 말이다.

 

 교사들은  공개수업을 통해 교사의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이기에 무엇보다 잘 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 또한 공개수업을 하는 날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차분하고 잘하려 노력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이런 욕구들로 인해 공개수업에 욕심이 앞서기 쉽다. 평소 수업과는 다르게 공개수업을 위한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지금부터는 공개수업을 위한 수업을 하게 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1. 안 하던 것을 너무 많이 하는 수업 

2. 학생들과 미리 짜고 하는 수업

3. 학습 보조 자료에 얽매인 수업

4. 아이들만 활동하는 수업

5. 판서를 하지 않는 수업

6. 웃음이 실종된 수업  

※위 '공개수업 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는 글에서 제목들만 발췌한 것들이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교육청에서 제작해 배부한 수업 관련 연수자료에도 있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누가 원 저작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1. 안 하던 것을 너무 많이 하는 수업

 

내가 늘 공개수업을 준비하면서 저지르는 가장 많은 실수이다. 평소 해보지 않은 새로운 활동을 공개수업시간에 시도하는 것이다. 4학년 사회과 경제영역 수업에서 경제관련 게임을 하나 개발했다. 내 스스로 창조했기 때문에 자부심은 컸으나 공개수업 당일 날 게임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해 학생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게임방법을 이해시키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수업 종이 치고도 10분의 수업을 더하는 때가 많았다.

 

그 당시만 해도 난 미리 활동을 해보는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보니 공개수업당일까지 학생들에게 적용하지 않고 그날에 처음 시도하는 활동들이 많았다. 당연히 첫 수업이니 시행착오는 많았다.

 

공개수업에서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사실 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모험이다. 그리고 첫 시도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그렇게 성공한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차라리 평소 해보던 활동 중심으로 진행하되 거기에서 작은 변화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굳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평소 수업에서 간단하게 기본룰과 함께 미리 적용해보면서 학생들에게도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2. 학생들과 미리 짜고 하는 수업

 

수업의 실패를 걱정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미리 수업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기본 학습훈련이 잘 정착되어 자연스럽게 공개수업에서 진면목이 드러나야 하는데 한꺼번에 공개수업날 적용 하려다보니 이런 자세한 안내를 미리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여러 반을 가르치는 전담일 경우 공개수업 전에 수업을 적용해 볼 기회를 수 차례 가질 수 있어 굳이 안내가 필요 없다. 하지만 담임반의 경우는 연습도 쉽지 않고 시행착오 과정이 없다보니 학생들과 미리 연습하고 안내를 하게 된다. 마치 공연 무대를 올리는 감독이 공연하는 단원들에게 사전 안내 하듯이 말이다.

이런 미리 짜고 하는 수업은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할 경우 생기기 쉽다. 평소 하는 수업에 변화만 살짝 주거나 학기초부터 기본학습훈련부터 차근차근 정착되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이다.

 

3. 학습 보조자료에 얽매인 수업

 

좋은 수업자료가 있어서 그 주제를 공개수업의 소재로 삼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나 역시 이런 함정에 빠진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것 역시 새롭고 창의적인 자료를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자  경쟁의식의 일종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학습목표를 좀더 극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칠판에 직접 분필로 학습목표를 쓰는 경우는 너무 허전해 보여서 학습목표를 프린트 해서 붙이기도 하고 또 그걸 보이지 않게 숨기는 방법을 고안하고 만들었다.  

 

(우유곽 안에 학습문제를 돌돌 말아 넣다가 빼내오는 방법으로 소개했던 내 수업의 흔적 하나)

 

바구니에서 학습목표를 꺼내는 장면이라든가,  학습목표를 외부에서 배달해 오는 형식을 빌어서 학생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하려는 이런 의도된 활동들은 학습내용과 큰 관련이 없으면서 소품 보여주기의 일종이 된다. 

 

오히려 너무 많은 자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막힐 것 같다. 공개수업을 통해 배울 점을 찾으러 왔는데 화려하고 거창한 자료들은 수업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 평소 수업에서 제작해 만들기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쉽지 않아 포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깨끗한 자료보다 오랜동안 활용되어 손때 묻은 자료들이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아이들만 활동하는 수업

 

소집단 학습과 다중지능 이론이 유행을 타면서 조별 활동이 수업의 주를 이루는 공개수업들을 여러 차례 보았었다. 노래로 부르기, 역할극으로 만들기, 뉴스로 표현하기, 구호로 만들기,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 이런 다양한 영역과 소재를 조별로 나누어 보여주니 참관자의 입장에서는 보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다만 조별 발표 후에 학생이나 교사도 보여주기만을 할 뿐 강조나 정착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리 조별로 준비한 내용을 서둘러 발표하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알게되거나 느낀 점들이 각자 있겠지만 공유나 정착의 면에서는 교사의 정리가 효율적일 수 있다.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소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도도 궁리해야할 부분이다.

 

 

5. 판서를 하지 않는 수업

 

칠판에 단원명, 학습목표, 활동 과제 목록 들을 모두 프린터로 인쇄해서 자석으로 붙이다보면 감히 분필을 사용하여 칠판에 글씨 쓰기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글씨 쓰기지도도 병행하다보니 교사 역시 글씨를 모범적으로 잘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게 된다. 시간을 들여 쓰게 될 경우는 그래도 나은데 수업 중에 학생들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거나 요약해 줄 때 빨리 쓸 수 밖에 없을 때 글씨가 날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가 판서를 안하면 학생들도 대체적으로 메모하거나 필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장기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판서 및 필기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파워포인트와 온라인 학습자료 사이트를 활용하게 되면서 판서활동은 더 줄어들고 있다.

빠른 화면 전환으로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는 있지만 쉽게 얻은 만큼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다.

 

 

6. 웃음이 사라진 수업

 

흠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너무 잘하고픈 마음에 생기는 실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원인일까? 공개수업 당일에 교사들은 긴장한다. 교사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누군가 수업을 지켜 보고 있으면 굉장히 긴장해서 평소 보다 차분한 모습이다. 교사나 학생 모두가 공개수업을 잘 해 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긴장감이 맴돈다. 마치 누군가 한 명이 실수라도 하면 안되는 엄숙한 행사처럼 말이다. 그런 분위기가 웬지 부자연스럽고 너무 진지해서 보는 이도 편하지 않다. 교사도 즐기지 못하고, 학생도 즐기지 못하는 수업 그런 수업이 되버리고 만다.

 

평소 수업 시간에 경어를 사용하지 않다가 공개수업 때 경어를 사용하여 수업을 했던 6학년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뒤에서 교감선생님 및 여러 선생님들께서 수업을 참관하시는데 그런 담임선생님을 보고 초등 6학년 학생이 골탕 먹이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뒤에  참관한 선생님 다 들으라고 일부러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쟤(담임샘) 평소에 안하던 쌩쇼한다.~"

 

삐딱하기로 유명한 6학년 학생의 쓴소리이지만 이 한 마디로 이 선생님의 수업은 진짜같지 않은 수업이 되버리고 만다.

 

 이 외에도 공개수업을 하게 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개수업을 보는 관점이 교사에게 치중해 있다보니 생기는 부담감과 불안들이 이런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최근 수업의 관점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그 중심이 이양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줄어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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