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최근 교원평가가 도입되면서 동료평가를 위한 의무적인 공개수업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보통 2회의 학부모공개수업까지 하게 되면 1년에 총 3번의 공개수업을 하는 셈이다.

 

5-6년 전만해도 교사들만 대상으로 소수의 선생님들만 공개수업을 했었었다.  

동료장학을 위해 한 학년당 1명씩 의무 공개수업을 했고 5년 미만의 교사는 임상장학으로 한번 더 공개수업을 했었다.(이런 임상장학은 모두에게 공개되기 보다는 관리자나 일부 선생님들만 참관한 경우가 많았다.)

 

교사의 자존심도 걸린 부분이고 신경써야 하는 것이 많아 학년이 배정되면 학년 업무의 하나로 있었던 '학년대표 공개수업'이  대부분 기피하는 업무였다. 그러다보니 학년 선생님들 중에서 막내에 해당하는 저경력 선생님이 공개수업을 주로 했었다. 사실은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 공개를 해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생님들의 차나 간식을 1년 동안 담당하는 '친목'이라는 업무를 신규교사일 때 처음 해봤다. 내 적성에 맞지 않아 이후부터는 기회가 되는 대로 학년 대표 공개수업을 맡았었다. (사실 공개수업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공개하는 준비기간 한 달 정도만 고생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쉬웠다. 게다가 공개수업을 맡게 되면 일단 준비를 열심히 해야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가 되는 점도 좋았다. )

  

첫 수업은 수학교과였다. 지도서 그대로 수업을 계획해서 공개했던 기억이 난다. 각도 재기 활동이었는데 각도 재는 수업 자료로 내 손을 본 따서 학습지를 만들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공개수업 지도안을 작년까지 모아오다가 최근에 정리하면서 내 공개수업지도안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터라 기억 나는 게 없다. 지금처럼 지도안에 그날의 수업 결과나 반응을 적어 두는 습관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걸. 하지만 분명 그 당시에는 엄청 많은 실수들을 했을 것이다. 그 때는 너무 저경력이라 '실수'인데도 실수임을 몰랐었으니깐 말이다. 이런 때는 망각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ㅋㅋ  

 

그 뒤론 사회와 국어수업을 많이 했다. 특히 사회수업을 많이 했는데 굳이 사회과목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수업 모형이 적용이 가능하고 보여줄 꺼리가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 당시에는 수업 지도안을 짤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수업모형이었다. 수업 모형 적용이 없이 하는 수업과 비교할 때 웬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수업모형을 적용해서 지도안을 짜고 수업을 하면 그게 멋있게 보였던 시절이었다. (이런 말을 하니 웬지 지긋한 나이가 된 듯한 기분이다..하지만 이제 16년 차..)

 

수업모형이 정해지면 교과서에서 보여줄 꺼리나 준비가 쉬운 소재를 찾았던 것 같다. 6학년 담임을 했었을 때는 많은 선생님들이 공개수업의 주제로 삼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토론을 법정형식으로 했었다. 평소 어린이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했고 학생들이 토론하기 쉬울 거라 예상해서 했었던 수업인데 단계와 절차가 많고 복잡해서 사실 제대로 된 토론을 하지 못하고 끝났다.

 

대학원에서 경제교육을 전공한 이후로 경제영역 공개수업을 2차례 했었다. 학생들의 반응과 주변선생님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40분 예정시간보다 시간을 많이 넘겼고 어수선하고 장황하게 끝이 났다.  

 그 당시의 잘된 공개수업들은 나의 수업에 비해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수업경연대회에서 표창을 받으신 선생님들의 수업 자체가 정돈되고 깔끔하고 시간도 잘 맞추고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많은 활동을 하지만 학생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었고 대답도 크게 잘하고 교사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되는 완벽함 그 자체였던 수업들이 많았다. 가끔 너무 완벽해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웬지모를 불편함과 거북스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말이다.  

 

대체로 아이디어는 새롭고 창의적인 편이었지만 산만하고 장황했던 내 수업에 한계를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저 분들처럼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이어 왔었다.  

아마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나의 성격과 다른 교사들에게 흠 잡히지 않고 멋지게 해내는 수업을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 계속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덕분에 수업에 대한 준비는 다른 선생님들보다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이런 준비에 대한 열성 때문이었을까? 주변 선생님들이 '수업을 잘 한다'는 칭찬을 해 주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이제 다시 티칭 칼럼을 통해 '잘 한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수업'이라는 낱말의 의미도 다시 찾아봤다.

수업은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쳐 주는 일'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최근 수업의 뜻은 변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지식이나 기능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방의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선생님과 학생과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되는 양방향의 수업으로 말이다.

(네이버 지식 백과 : http://terms.naver.com/entry.nhn?cid=3062&docId=959947&mobile&categoryId=3062)

 

수업은 교사 혼자만 존재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이 있어야만 존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잘 한다는 건 누구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을까? 공개수업은 교사들을 위해 보이는 수업이지만 정작 수업의 가치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판단하도록 하는 게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닐까? 하지만 공개수업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보다도 주변 선생님들의 평가와 시선에 민감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 '수업을 잘 한다'는 건 보여주는 수업을 잘 한다는 것이었다. 참관할 교사들을 위한 보여주기 수업 말이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수업은 어떠했는 지에 관해 진지하게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재미있게 참여한 것 같으면 성공한 수업이라고 생각했었다. 참여율도 적고 분위기도 활달하지 않으면 잘 풀리지 않는 수업, 실패한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늘 종이 치고도 끝나지 않았던 공개수업은 무엇을 의미할 까? 혹시 학생들의 상태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미리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다분히 교사 중심적이고 의도된 수업이 아닐까?

공개수업을 통해 다른 교사들의 장점을 취하려는 목적 또한 결국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