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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거창해서 잔뜩 기대를 줬지만 알맹이는 별볼일 없다면 오히려 시작을 안하니만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해 첫 날 거창한 목표를 세워 놓고 하루 이틀 시도해보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도 그런 예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찌보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이기 때문에 목표를 많이 세운 만큼 해내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더 크게 좌절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 한 경우를 용두사미라고 한다.

개인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공부나 운동에 있어서도, 선거철만 되면 거창한 선거공약으로 투표권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정책들까지도 이런 용두사미의 사례는 끝이 없다.

학교수업이나 강의에 있어서도 이런 '용두사미'의 사례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1. 도입에의 강한 집착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동기유발이나 학습목표 확인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준비를 많이 한다. 도입부분에서 학습자의 주의 집중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도입 부분에서 막히면 끝까지 지루한 수업이나 매끄럽지 못한 수업이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도 도입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개수업을 준비할 때도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들여 색다른 자료를 찾으려고 애를 많이 쓴다. 그러나 이런 도입의 효과가 끝까지 지속되면 좋으련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용두사미처럼 전개와 마무리부분이 빈약할 때가 많다.

2. 잘하려는 지나친 욕심

특히 내 공개수업이나 평소 수업에서도 잘 안 되는 부분이 끝마무리이다. 앞 서론 부분에서 중요성을 오래 동안 강조하거나 처음에 잘하려는 마음의 욕심이 커서 도입부분에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한 까닭이다.

전개는 그런저럭 계획한대로 나가긴 하지만 끝부분에서는 여지없이 시간이 부족해 한번 더 강조하고 정리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미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 있는데다 수업을 마치는 종까지 치고 나면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훨훨 다른 곳에 가버리고 만다. 이렇게 종 치고 난 후 교사가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하는 얘기들은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걸 학생들의 몸부림과 행동을 통해서 즉시 감지할 수 있다.

내가 수업할 때만이 아니라 학생들처럼 교사연수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의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강의를 잘 하시는 분들이라 초반에는 재미있게 흘러 가지만 의외로 왜 이 강의가 중요한가, 요즘의 트렌드에 대해 강조하다보면 강의시간의 1/3이상을 넘기기가 쉽다. 좀더 실질적이고 유용한 팁들은 전개부분에서 얻을 수 있는데 '필요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론 부분은 이론부분일 경우가 많다. 바쁜 학교 업무를 뒤로 제치고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 앉아 있을 경우라면 지나치게 긴 서론은 짜증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긴 서론에 비해 전개 시간이 짧거나 후다닥 마무리를 하다보면 컨텐츠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3. 시작하는 자의 여유

무엇이든 처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시작한다. 아직도 남은 시간과 할 내용이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강사들도 처음에는 매우 여유롭다. 그러다가 막상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경우에는 정말 진도를 빨리 나간다.

결국 뭔가 많이 벌여 놓고 시작했지만 끝에 가서는 가져온 보따리에 다 담지도 못하고 급하게 이것저것 줏어넣는 형국처럼 되버리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용두사미로 끝나는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 설명 대신 퀴즈나 토의로 대체하기

대부분 교육 관련 서론부분들은 겹친다. 이미 다른 강사나 교사들이 한번 다뤘을 가능성이 높다.

필요성이나 이론 부분은 간단하게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다. 핵심키워드를 숨겨 놓고 괄호 채워 넣기로 확인 하는 정도도 학습자의 선수학습상태를 확인하고 워밍업이 충분이 될 수 있다.

또는 학생들끼리 토의하는 시간을 잠깐 주어서 학생들만의 답안을 만들고 교사의 답안을 비교해봄으로써 찾아내지 못한 부분들만 체크해 나갈 수도 있다.

2. 수요자의 요구 파악하기

강제적인 학습이나 연수가 아니라면 강의나 수업을 듣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필요성을 절감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즉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독서법을 알고 싶어 온 사람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건 짧게 지나쳐도 될 내용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히 도입을 줄이고 청중들이 원하는 핵심 컨텐츠에 좀더 포커스를 맞춰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미 청중이나 학습자가 어느 정도 주제에 관한 식견을 갖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거수로 의사를 파악하는 방법도 필요없는 내용들을 버리고 청중들의 수준에 적합한 실질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많거나 오랜 시간 동안 다뤄야 할 내용들을 짧은 시간에 강의해야 할 경우에 특히 서론이 길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본론은 너무 길어서 어차피 다 못 한다는 이유로 강의를 서론만 마치는 것보다는 Q&A시간을 통해 학습자의 궁금한 내용만이라도 일소해 주거나 학습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 한 가지를 선택해 전달해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된다.

특히 수강생을 모집하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무료 강의는 대부분 서론이 지나치게 길다. 알맹이는 유료강연 때 보여줄터이니 무료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들을 자격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3. 예상시간+알파시간 고려하기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자 여전히 잘 안되는 부분이 욕심의 조절이다. 수업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면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은 활동을 준비해서 제대로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울 때 예상외의 변수나 리스크를 고려한 꼼꼼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시간 사용 기록부를 작성하다보면 어떤 한 가지 활동을 하는데 내가 예상하는 마무리 시간과 실제 투입되는 시간이 많이 차이가 남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다른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아 예상시간을 짧게 가지는데 이런 변수를 고려해 예상시간 + 알파 시간을 고려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업의 단계별로 예상 마무리 시간을 기록해 두고 비교하면서 진행한다면 지체되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꼭 마무리가 완료되어야 하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지켜야 할 경우에는 휴대폰의 알람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최근 40라운드 모임에서 15분 정도의 발표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20분이상을 넘기지 않을 거라 장담했었는데 30분을 한 것 같다. 예행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또 핵심을 강조하다보니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한다. 충분한 준비 시간이 없어서 내용을 정교하게 살피지 못한 것이 시간이 길어진 하나의 원인이 되버렸다. 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 시작부분이 상대적으로 뒷부분보다 길고 자세하게 풀은 탓에 뒷부분이 여전히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어찌보면 끝마무리가 약한 것은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지나친 도입은 과시하고 픈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번에는 끝마무리 할 시간을 남겨두기 위해 타이머나 알람을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도 내 스스로 타이머를 설정해 놓는다면 타이머를 의식하고 좀더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용두사미(龍頭蛇尾) 의 유래

육주(陸州)에 세워진 용흥사(龍興寺)에는 이름난 스님인 진존숙(陳尊宿)이 있었다. 그는 도를 깨치러 절을 떠나 여기저기 방랑하면서 나그네를 위해서 짚신을 삼아 길에 걸어 두고 다녔다고 한다.

진존숙이 나이 들었을 때의 일이다. 불교에는 상대방의 도를 알아보기 위해 선문답(禪問答)을 주고받는 것이 있는데 어느 날 진존숙이 화두를 던지자 갑자기 상대방이 으악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거참 한번 당했는 걸.”

진존숙이 투덜대자 상대는 또 한번 큰소리로 나왔다.

진존숙이 상대를 보니 호흡이 꽤 깊은 걸로 보아 상당한 수양을 쌓은 듯 하였으나 찬찬히 살펴보니 어쩐지 수상한 구석도 엿보였다.

‘이 중이 그럴듯 하지만 역시 참으로 도를 깨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似則似 是則未是). 단지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걸(只恐龍頭蛇尾).’

진존숙이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물었다.

“그대의 호령하는 위세는 좋은데, 소리를 외친 후에는 무엇으로 마무리를 질 것인가?”

그러자 상대는 그만 뱀의 꼬리를 내밀듯이 슬그머니 답변을 피하고 말았다.

출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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