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堂上官)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
予未知人物, 欲與左右議政、吏兵曹堂上, 同議除授
오늘(26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소관 업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을 강화해야 하고, 청와대는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 이같이 말하고 “청와대는 부처간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통합의 근본은 소통”이라면서 “통합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면서 같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선일보 인터넷판 27일자 기사)
우리는 지금 소통이란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 왜 소통이 중요한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소통인지, 소통의 결과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한다.
세종은 임금이 된 다음날 의정대신들과 ‘함께 의논하여’란 의제를 들고 나왔다. 대신들을 중요한 정치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발언이다. 역시 대신들은 환영한다. ‘처음으로 정치를 행하심에 있어 대신들과 의논하는 것은 매우 마땅하다’고 한다.
누구나 중요한 의제에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길 원한다. 누구나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하고 존중 받는 문화 속에서 자부심이 자란다. 비록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수렴되는 과정에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효과는 크다.
뛰어난 영웅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제는 집단지성이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집단지성은 모두가 주인이고 모두가 섬기는 관계로 성장하고 무르익는다. 그리고 리더와 팔로워간의 진정성이 어긋나지 않는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관계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의 통합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의논하자’는 말이 대신이 아닌 임금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이
세종의 위대한 치적의 첫 걸음은 아닐까
<실록원문>
임금이 하연(河演)에게 이르기를,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堂上官)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
하니, 하연이 아뢰기를,
“상왕께서 일찍이 경덕궁(景德宮)에서 정승 조준(趙浚) 등과 상서사 제조(尙瑞司提調)와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시었사온데, 이제 전하께서 처음으로 정치를 행하심에 있어, 대신과 함께 의논하옵심은 매우 마땅하옵니다.” 하였다.(세종실록 즉위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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