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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시린 발을 이 악물고
울지 않으려고 울지 않으려고 하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서 엉엉 울고만 시인이 있었다.
선운사는 울고 오기 좋은 절집이다.
세월이 준 서러움과 한을 먼지털듯
엉엉 울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적막함.
한 여름의 선운사에는 동백꽃도 터지지 않았고
인적도 없이 시간이 멈쳐 있었다.
울기에는 날이 너무 더웠다.
만세루 앞 마당을 태우는 햇살만 바라보다가
속으로 훌쩍거리면서 다시 일주문을 나서고 만다.



                                                                    최카피 2010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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