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강윤후 시인의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오랜만에 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런데 일종의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
통화 후, 괜시리 이리저리 비교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위 시는 매우 충격적이다. 마흔 이후의 삶을 부록으로 여기면서, 삶의 목차가 끝났다는 고백이 가슴을 후린다. 그리고 불혹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게 마음이 혹할 일을 찾는 모습에 왜 이리도 인간의 유한함과 허무함이 느껴지던지 … . 그리고 왜 그리도 공감이 가던지 … .
시인의 말처럼 만일 마흔을 전후로 삶의 목차가 정해지고, 이후가 그저 부록이라면, 난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저 현실에 적응하느라 목차도 없이 20, 30대를 우왕좌왕 보냈고, 그리고 지금은 또 다시 새로운 전환기에 서 있다.
비록 세계적인 문호조차 ‘내 어영부영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고, 웃으면서 돌아보고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어쩐지 힘이 빠진다.
결과로만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냥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 보다는 솔직히 앞으로의 인생은 조금은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 속물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구랑 비교해도 괜찮게 살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가슴 속 포부나 세워둔 계획과 달리 아직도 닥치는 데로 벌어야 하고, 주는 데로 받아야 한다. 그래도 기(氣) 죽지 않으려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새롭게 구두끈이라도 맬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새로운 라운드를 준비하고, 함께 하는 40라운드 식구들에게도 행운이 함께하는 2010년이 되기를 바란다.
아 ~ 술병 속에서 바람에 스치는 별이라도 따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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