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일요일 저녁 식탁에 앉아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KBS 골드미스 프로그램에서 양정아가 프로골퍼와 선 본 이야기를 보던중 " 이놈이 칼은 고기는 썰리는데 야채는 도저히 안 썰리네" 하는 아내의 푸념에 식탁에 앉아있넌 나는 바로 즉시 이런 멘트를 날렸다. "밥먹고 즉시 칼 가라주께!"

칼이란 놈은 주방에 있는 물건중 정기적으로 보수가 필요한 유일한 물건이다. 다른 것들은 고장나거나 기능이 다하면 버리면 된다. 그런데 칼은 일시적으로 기능이 다했다고 해서 바로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칼갈이 하는 아저씨들이 아파트 단지에도 잘 왔었다는데 요즘은 잘 안온단다. 칼은 주방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여자들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물론 요즘은 주방을 담당하는 남자들도 많이 있다지만... 나는 아니다.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낫가는 모습을 보고 자라왔다. 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오후시간에는 집 주변의 풀 벨곳에 계셨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 일단 집안마당에 있는 우물가에서 낫을 두개쯤 간다. 그러고 나서는 두세시간 풀을 베면 등짐 한가득 풀을 베어 오셨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의 칼을 갈아주는 것을 본적은 없다. 주방에서 칼을 쓰다가 칼이 안들면 성질급한 어머니는 그 즉시 우물가로 나와서 쓱싹 칼을 직접 가셨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이런 구차한 일을 부탁하는 성미는 아니셨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는 성격이 어머니와 많이 다르다. 몇년전 내가 집에서 칼이 안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할인마트에 간 김에 숫돌을 사왔다. 그러고 열심히 집에 있는 칼을 다 갈아줬다. 칼을 많이 갈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낫가는 모습을 다년간 지켜본 솜씨로 해준 것이다. 그 이후로 한번도 안해준 듯 하다. 아내는 칼이 안든다는 소리를 몇번 내게 했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그냥 안드는 채로 썼던 모양이다. 오늘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칼을 갈게 되었다. 숫돌을 사놓고도 해주지 않는 남편을 닥달하지 않는 아내의 성격이 난 마음에 든다.

그럼 칼은 어떨게 가는 것일까? 한번도 안해 보신 분들은 잘 읽어보시고 아내에게 점수 딸 수 있도록 직접 숫돌을 사서 해 보시기를...(마트에서 숫돌을 쉽게 살 수 있음, 지하철에서 파는 천원짜리는 가급적 사지 마세요)



칼은 양면이 있는데 두 면이 동일한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한쪽은 경사가 있고 한쪽은 없다. 따라서 집중적으로 숫돌에 갈아야 할 부분은 경사가 있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칼의 면을 V자 형태로 만들면 안되고 L 모양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사가 있는 부분을 열심히 숫돌에 밀어서 날카롭게 만든다. 그런다음 경사가 없는 부분을 살짝 한번 정도 숫돌에 밀어서 날을 부드럽게 만들면 된다. 숫돌에 칼을 갈 때는 중간에 물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석공이 돌을 자를 때도 칼날과 물을 이용해서 돌을 자르게 된다. 물이 없다면 잘 밀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칼이 상하게 된다.숫돌과 칼 사이에서도 물이 윤활작용을 해서 적당한 선에서 숫돌이 마모되면서 칼의 날이 날카롭게 변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날이 잘 선것을 확인하려면 불빛에 비춰보면 된다. 오래쓴 칼을 불빛에 비춰보면 날이 무디어져서 불빛이 반사되는데 날이 잘 선 것은 반사되지 않는다.


칼을 가는 법과 낫을 가는 것은 모양이 다르다. 칼은 몸쪽에서 멀리 방향으로 밀어서 날을 세우는 방식이고 낫은 먼쪽에서 당겨서 날을 세우는 방식이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절대로 가위는 갈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위는 칼과 달리 날카로운 두개의 칼이 서로 교차하면서 물건을 자르는 것인데, 이것을 숫돌에 갈게 되면 균형이 무너져 절대 잘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


오늘은 아내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칼갈이를 해 보았습니다. 뭐든지 새로운 것을 해보기 좋아하는 딸도 자기도 해보기를 원해서 살살 하도록 주의를 주면서 포즈를 함께...


남편 여러분 주방에 들지않은 칼이 있거들랑 갈아주는 센스로 아내에게 좋은 소리를 한번쯤 들어 보시기를 ...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