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와 대학 때 좋아했던 시인 중의 하나가 박인환이었다. 그의 작품 [목마와 숙녀]와 [세월이 가면]은 박인희라는 가수의 입을 통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다. 박인환의 시를 가장 절절하게 표현한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내 젊은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고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박인환은 천재시인이었지만 서른 살로 요절했고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 또 하나의 천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그가 바로 전혜린이다. 전혜린은 31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당시 지성인의 한 명이었던 그녀는 고뇌를 거듭하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의 천재성과 미학의 탑을 쌓아 올리다가 문득 자신도 한 명의 평범한 여인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죽음으로 천재성을 반증했다고 한다.
전혜린이 번역을 한 작품, 그리고 그녀의 수필집 이름이기도 한 것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 이 작품은 독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하인리히 뵐이 1953년에 발표한 소설로서 전쟁의 상흔과 빈곤 그리고 이로 인한 허무주의와 부도덕한 사회상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이외에 [아홉시 반의 당구]가 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의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목에서 주는 호기심이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다. [아홉시 반의 당구]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아홉시 반인가? 왜 그 시간에 당구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책을 펴게 만들었다.
박인환과 전혜린, 그들은 죽음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도 어떤 일이 있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책 내용과 관계없이 이 한 줄의 제목에서도 배울 수 있다.
아이디어 팁
하나의 문장을 쓸 때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그로부터‘ 등의 부사를 사용해보라. 문장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경우 어떤 부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뒤의 문장이 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해 내용에 따라 적절한 부사를 찾아야 한다.
최카피 2010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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