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은 아니야. 당신 생태탕 끓일 줄 모르는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몇 년 전 도산공원 앞에 있는 한식당‘ 더가온’에서 일할 때 나이 지긋한 손님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한정식코스 요리를 먹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분은 홀로 와서 단품메뉴인 생태탕을 주문한 뒤 맛이 없다고 주방장을 불러 컴플레인을 했다.
그러던 김희진셰프는 얼마 전 가로수길 이면도로에 ‘쌈테이블’이라는 술집이면서 밥집이기도 한 식당을 열었다. 보쌈 두 종류, 맛간장닭튀김, 고등어구이, 고추장찌개 이렇게 5개 메뉴가 전부이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메뉴를 5개로 정하고 식당을 차리기가. 단촐한 메뉴 구성의 이유를 물었더니 그도 고민했었단다. 함께 일을 하는 파트너와 20여 가지의 메뉴를 가지고 회의를 여러 차례 했단다. 처음엔 20개도 많아 보이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문득 생태탕 고객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한가지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면서 메뉴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뼈를 깎는 작가의 고민 속에 긴 글의 감량화를 거쳐 주옥 같은 시(詩)한편이 만들어지는 것과 다름없는 과정이었다.
메뉴 하나하나가 그의 새끼처럼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것이지만,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냄비보쌈’이다. 언뜻 보기엔 도톰하게 썬 삼겹살과 부추, 양파를 맵지 않은 상태로 자작하게 끓인 술안주용 전골이라고 보면 된다. 술과 함께 먹는 촉촉한 안주로 제격이다. 그런데 돼지고기 한두 점을 먹다 보니 무언가 향이 남다르다. 상큼한 뒷맛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친숙한 미나리 향도 깻잎향도 아니다. 바로 솔향이 난다. 그는 송순 (새로 돋아난 소나무 순)과 솔잎을 찾아 양주 시골집 뒷산을 돌아다니곤 한다. 그리고 보쌈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모두 제주도 생고기를 하루 이틀이 멀다하여 직송으로 받는다. 고등어도 제주산 생물이다. 생태탕 고객 같은 미식가들이 언제 들이닥쳐도 스스로 레시피에 당당할 수가 있게끔 무장한 듯 보인다.
마지막 질문으로 조리 일을 하다 어느 때 가장 기운이 빠지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 사람 스스로 한식을 폄하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프랑스 음식을 먹을 때에는 뭔가 부족해도 쉽게 넘어갔을텐데, 한국음식에 대해서는 너무 따가운 컴플레인 많은 것 같다고 속상해했다.
쌈테이블
주소 :
전화 : 02-517-5888
메뉴 : 쌈테이블보쌈 18,000원, 냄비보쌈(1인분) 9,000원 등
영업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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