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음원소송으로 음반업계가 떠들썩했다. 여러 업계 중에서 제일 먼저 몸살을 앓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저작권, 그것은 인간의 두뇌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고 또 아무 데도 없는' 특성의 디지털이 그 흐름을 대세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지라도 아날로그의 그 미묘한 맛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의 움직임이 범상하지 않다. LP와 C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1월에 열린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하루에 1억원이 넘는 음반이 팔렸고, 그 절반이 LP 매출이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손 맛이랄까. 사진기에 필름을 끼우고 노출을 맞춘 다음 촬영을 하고, 현상과 인화를 했던 것이 아날로그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컴퓨터 안에서 잠겨있다. 인화는 대부분 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디지털이 활성화되자 아날로그가 잠을 자고 있으며, 찍힌 사진은 디지털이 컴퓨터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음반시장에 CD와 음원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LP의 아날로그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장롱속에 잠을 자는 카메라는 언제 마니아들의 손에 이끌려 나들이를 할까.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나의 아날로그 카메라도 금고속에서 숨을 죽이고 앉아 있다. 빠르고 편리한 것이 좋은 것이라면, 좀 불편한 것들은 전부 사라지는 날, 우리의 삶은 어떤 모양으로 있을지 궁금하다.
아날로그를 넘어 디지털의 편리성에 매료됐던 사람들이 쉽게 그 익숙함에 신물을 느끼고 다시 아날로그의 돌아 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LP와 CD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그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LP의 저력을 보면서 사진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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