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은 나의 울림이고 작은 우주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어느 날,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그림손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회를 보았습니다. 빨강,파랑,초록,검정 그리고 순백의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버선들의 조화, 그 규칙적인 배합 속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과 동(Sereity and Dynamism)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전시된 버선에서는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강한 선을 느낄 수 있었고 소박한 듯 하지만 강렬한 색채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여 년을 버선과 함께 추상화가로서 활동하신 제정자 작가님은 만남 그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후엔 긴 여운으로 남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버선의 상징성과 조형언어세계를 보여주신 제정자 작가님과의 소중한 만남을 시작하겠습니다.
작품의 소재로 버선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한국의 美를 대표하는 것으로 완만한 선을 나타내는 기와나 단아한 곡선과 깃, 섭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한복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택한 버선은 곡선과 직선 그리고 사선을 모두 표현합니다. 버선의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은 고전을 표현하고 직선과 사선의 명료함은 현대적 감각을 표현하고 있지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으로 버선을 들 수 있는 것이죠. 근 20여 년을 버선과 함께 생활하면서 버선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품에 원색을 사용하셨는데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저는 확실하고 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원색이 주는 의미는 강렬함과 단순함이라 볼 수 있지요. 가장 좋아하는 색은 코발트블루입니다. 시원하면서도 명료함 그러면서도 냉철함을 의미하는 파란색을 보면서 저절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가을 단풍을 연상시키는 빨간색은 현대인의 생명력과 생기를 느낄 수 있고 늦가을 삼청동 가로수길에서 볼 수 있는 은행의 노란색은 설레임과 함께 풍요로움을 표현합니다. 검은색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고독을 표현했고 버선의 대표색이라 할 수 있는 흰색은 순결함과 동시에 섹시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지요. 사실 색으로 표현된 것에도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흰색의 버선들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던가요?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깊다고 하던데요?
그림손 갤러리에서 2010년 10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규모 면에서나 완성도 면에서 평론가 뿐만 아니라 동료 작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 간의 피로가 한 순간에 싹 풀리더군요. 버선을 통해 동양인의 내면의 세계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버선과 버선 사이의 틈새에서는 한국의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고 원색 버선의 중간에 창과 같은 공간을 만듦으로써 개방과 포용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버선 하나하나를 제 손으로 직접 제작을 하여 준비한 이번 전시회는 작가로서의 제 인생에도 한 획을 긋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버선 작가로서 국,내외에 버선 고유의 아름다움을 현대미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게 앞으로의 바램입니다. 다행히도 미술평론가와 주변 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얼마 전 “Letters to Juliet”라는 영화를 아들과 보았습니다. 결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임을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였지요. 영화 속 여주인공은 글을 쓰는 작가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직업을 가지고 있듯이 저도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이 가능한 작가라는 제 직업이 너무 좋습니다. 버선에 저의 열정과 사랑을 담아 앞으로 3년 여 간의 준비를 거쳐 회고전을 열 생각입니다. 인천 국제 공항 첫 관문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저의 하얀 버선 대리석상을 보게 하거나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나무와 잔디 사이에서 고고한 듯 아름답게 우뚝 선 버선조각상을 보는 게 저의 바램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속적인 해외전시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같은 여자인 나의 눈에도 참 아름답다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제정자 작가님을 보면서 나의 미래도 더도 덜도 말고 딱 작가님처럼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버선으로 세계를 밟고 싶다”고 말하는 제정자 작가님의 꿈이 머지 않아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한 나라나 한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과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고전과 현대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하얀 버선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문화전도사로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계신 작가님과의 만남은 같은 여자로서 자랑스럽고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e-문화예술교육연구원의 방미영 원장과 20년 인연을 맺고 계신 제정자 작가님과의 소통인터뷰를 통해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소중한 시간 내 주신 제정자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정자 작가님과 방미영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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