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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생 매창의 가슴속에 있는 유일한 정인은 유희경이었다.
향금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부안 명기 매향은 시로 이름을 날렸고
역시 시재가 탁월했던 유희경은 매창보다 스물 여덟살이나 많은 유부남이었다.
봄날의 짧은 만남은 임진왜란으로 인해 긴 이별이 되었고
한양으로 떠난 유희경을 그리워 그리워 시로 노래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이별하던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부안 능가산 개암사를 찾은 건 순전히 매창때문이었다.
유희경과 손잡고 거닐었을 그 길을 뜨거운 햇살 아래 터벅터벅 걸었다.
울금바위 아래 대웅전은 세월을 머금고 사그라져 가는데
매창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문득 不二橋를 발견하곤 내 멋대로 해석을 내린다.
공불이색 색불이공, 반야심경의 한 구절을 땄겠지만
매창과 유희경은 둘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하기야 반야심경을 읊고 또 읊어도 그리움을 다 삭혀주지는 못했으리라.



                                                        최카피 2010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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