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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벗어나 수업을 재구성할 용기가 있는가?"

김태현선생님의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책 중에 쓰여진 소제목이다.

질문 속에서 이미 재구성이 보편화되지 못한 우리 교사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수업을 재구성하는데 '용기'가 필요할 정도이니 말이다.

저자이신 김태현 선생님은 초등이 아닌 중고등학교에 근무하시는 국어 선생님이다.

전교과를 거의 담당하는 초등교사의 경우 재량권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교과서보다 더 좋은 활동과 제시글이 있다면 그걸 쉽게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입시를 대비해야 하다보니 교과서 내용에서 벗어난 수업을 하려 하면 혹시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교사들의 두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김태현 선생님은 수업의 재구성에 대한 교사들의 근본적인 두려움이 2가지가 있다고 한다.

교사들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거쳐오면서 그 동안의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 수업의 재구성을 유연하게 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교사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성향의 학생들이 교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로 변화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로운 수업의 시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나는 '교과서를 벗어나 수업을 재구성할 용기가 있는가?'

과거를 살펴보건대 학년과 교과가 해마다 바뀌게 되면 제일 먼저 교과서를 먼저 훑어보았다. 그리고 지도서 내용을 찾아보고 그에 적합한 자료를 모은 후 순서를 조정하거나 내용의 가감, 활동의 가감 정도를 구상하며 수업을 준비했었다. 최근 들어 '아이스크림' 사이트나 '티셀파'사이트 등의 온라인 교수학습자료를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재구성보다는 맞춤화된 자료들과 그 틀에 이끌려 수업하는 때가 많아졌다. 이런 사이트들의 활용은 수업준비를 훨씬 수월하게 하지만 교사의 의도와 창의성을 발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교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느낌이다.

다른 선생님들보다 재미있게 수업 한다는 평을 듣고 싶어서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다니며 열심히 수업을 했지만 가르치는 교과에 대한 전문성은 쌓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진도를 나가면서 뒤늦게 수업의 재구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 먼저 교과를 분석하고 현장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을 한 후 본시 지도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과정이 거꾸로 된 것이다.

최근 3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인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면서 인터뷰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수업에 대한 재구성과 교과관이었다. 교과서가 마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교과서를 열심히 파고들어 수업을 준비했던 나와 달리 그 분들은 교과서는 하나의 보조자료로 활용하셨고 확실한 교과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출처 : 살아있는 협동학습, 이상우, 시그마프레스, 82쪽>

 

이런 교과서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교과서를 열심히 파고 드는 수업을 준비하다보면 '어떻게'(방법과 기술)에 치중하게 된다. 즉 주어진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반면에 교과서를 목적을 달성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좀더 넓은 시각에서 그 교과를 바라볼 수 있다. 교사가 어떤 교과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교재의 내용과 방법이 전적으로 틀려지게 된다.

즉 교과서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교과지도에 대한 교사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출처 : 살아있는 협동학습, 이상우, 시그마프레스, 82쪽>

그럼 철학이 있는 교과지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일 년 동안 학생들에게 교과를 가르치면서 '그 교과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싶은가?' '어떤 것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해 주고 싶은가? ' 즉 교과를 통해 얻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목표와 목적을 설정해 놓으면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듯이 교과 지도 또한 목표를 세움으로써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교과철학으로 인해 다른 교실과 현격하게 다른 수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 있는 모든 지식과 내용들을 학생들이 기억할 수 없고 일부만 취할 수 밖에 없다면 지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과 방법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재구성을 통해 학생이 꼭 기억해야 할 지식의 양을 최소한으로 하고, 그 내용의 범위를 정하여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학교 현장에서 전 수업을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재구성에 관한 의견을 밝혔던 김태현선생님은 제안한다. 혼자 재구성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같은 학년, 같은 교과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라고 말이다. 일상의 수다로부터 시작되는 공유 문화가 교사가 가지고 있는 수업의 재구성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좋은 처방이 될 것이다.

 

올해 미국인 선생님과 함께 코티칭을 하면서 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과의 차이가 심해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구성해 갈까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영어 교과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곱씹고 있다. 이런 고민하는 시간들이 일관성 있는 지도의 밑바탕이 되고 결과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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