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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면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일인용 칸막이를 만들어 주는 곳도 있다. 개인주의적 국민 성향이 많아서일까?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혼자서 밥 먹을 수 있도록 배려된 곳이 없다. 많은 곳에 강의를 다녀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혼자 연구공간에 있어야 하는 이유로 자주 혼자서 밥을 먹어야 처지에서는 식당에 들어가서 시쳇말로 뻘쭘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서야 커피를 파는 카페에 1인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이럴 때 느끼는 것은 바로 외로움이다.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죽음, 두 번째는 세금, 마지막은 외로움이다.

‘혼자 밥먹지 마라’ 라는 책으로 대별되는 극심한 네트워킹 스트레스에 익숙한 현대의 직장인에게는 이런 외로움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오랜 직장 생활 후에 은퇴한 많은 사람에게 오는 가장 큰 고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오는 결과는 스트레스, 우울증, 이혼 극한적인 결과로는 자살로 귀결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지난 10년 사이 2.38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42.2명꼴, 34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로움이란 것을 단순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저자 한상복은 말한다. 외로움에는 론리니스(loneliness)와 솔리튜드(solitude)의 두 종류가 있다. 하버드 대학 철학과 교수 폴 틸리히는 둘의 차이를 이렇게 분류했다.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론리니스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솔리튜드라는 것. 혼자 있는 것이 때로는 고통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늘의 책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는 “외로움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에게 의존하려 들지만,흔히 하는 말로 군중 속의 고독이 되어 결국에는 더욱 외로워질 뿐이라는 것이다. 책은 오히려 깊숙한 외로움 속에서 ‘더 좋은 외로움(솔리튜드)’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늘려가는 연습을 통해 외로움을 절망의 시간이 아닌, 희망의 기회이자 위대한 가능성을 발효시키는 시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예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등 세계 4대 성인의 공통점으로 ‘당시 사회의 아웃사이더(Outsider)’였다는 점을 꼽는다. 그들 모두, 지금은 성인으로 존경을 받지만, 그 당시에는 평생 외로움 속을 거닐었던 ‘위대한 왕따’ 였다는 것이다.

평소 우리는 이런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집에서는 가족이 있고 출퇴근하면 수많은 군중을 만난다. 점심이 되면 같이 밥 먹자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도 없다. 누군가에게 둘러싸여 있고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도록 스스로를 만든다. 어쩌면 군중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이 편안해 보여 외로운 상황을 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과는 없고 그저 하루하루의 삶이 이어질 뿐이라면 스스로 외로운 상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스티브잡스도 마크 주커버그도 스스로 만든 외로움 속에서 자기만의 일을 만들고 성공의 길로 발돋음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사례와 길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잘 보여준다. 엄마에게 거부당한 딸, 암에 걸린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남편, 과시 경쟁에 빠진 스타 블로거, 주말마다 집 밖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홈리스 가족, 설 자리를 잃어버린 중년 가장 등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들려준다. 등장인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들이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성숙시켜 나가는지도 세세하게 보여준다. 40여가지가 넘은 사례를 읽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와 꼭 맞는 자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 나와 비슷한 스토리일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일 듯 하다.
 

“회복탄력성” 책에 나오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연구에서 제이미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21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생 이력을 분석했다. 대부분이 학습장애와 사회 부적응을 드러냈으며, 갈등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중 72명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잘 자라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학자는 심층 면담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 72명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그 공통점이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인생에 걸쳐 최소한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적게 낳은 것이 당연한 추세가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부모는 아이를 늘 분주한 군중 속에 밀어 넣고 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을 순회하면서 그들은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부디 부모들이여 때가 되면 아이들에게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놓아 주시기를…카우아이 섬에서처럼 누군가의 사랑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그들은 잘 자랄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벼릴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움” 그것은 나를 성찰하고 잘 되는 길을 만들어 가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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