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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근처에는 서울월드컵 경기장이 있습니다. 이 경기장은 지을때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관중석 밑에는 할인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그리고 예식장, 수영장 등이 함께 입주해 있습니다. 그 할인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한동안 공사를 하더니 1층 목좋은 곳에 들어선 것은 프랑스계 할인점 카르푸였습니다.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처음 점포를 오픈한 카르푸는 당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서울월드컵경기장점에 치열한 경합끝에 입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분야를 제외하고는 유통분야만큼 시장개방의 영향을 크게 받은 산업도 드뭅니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카르푸, 영국계 테스코등이  외국계 할인점의 각축전이 되었으며 국내 브랜드로는 신세계가 이마트라는 할인점을 선점하여 1위로서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중소 백화점이 사라졌고 지역에 있는 중소점포들은 없어지든지 소규모 구멍가게들은 편의점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월드컵 경기장의 할인점은 어느새 이랜드 계열사인 홈에버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게 되었고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와 함께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들의 데모가 연일 열리기도 했습니다. 카르푸가 홈에버로 바뀌어 익숙해질만한 시점에 이번에는 다시 간판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삼성테스코에서 운영하는 홈플러스라는 할인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카르푸가 자리하고 있을때는 거리가 가까우니까 어쩔 수 없이 쇼핑하러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즐거운 마음을 갖고 갑니다. 저희집 식생활이 유기농 식단으로 바뀐 이후에는 온라인 주문을 활용해서 자주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까이 있는 할인점이 마음에 듭니다.

카르푸는 왜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월마트보다 일찍 시장에 진출한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2위의 마켓쉐어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한 편이었는데 어느날 전략적 철수를 하고 점포를 매각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월마트처럼 경직된 사고방식 즉, 자신의 모국에서 성공한 방식으로 한국과 같은 지역에서도 동일한 영업전략으로 사업을 진행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까다로운 고객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신들이 기존의 영업방침을 고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국계 할인점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공의 길로 가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삼성테스코라는 이름을 가진, 삼성의 계열사도 아니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회사명으로 쓰는 유통회사가 있습니다. 매장을 만들어도 외국계 할
인점 같지도 않고, 매장의 이름도 기존 처음 시작했을때 사용한 홈플러스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테스코란 이름은 회사명에만 남아있고 다른 곳에는 영국계 할인점이란 표식이 전혀 없습니다. 테스코라는 회사는 자신들이 영국과 그 외의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이고 그들도 카르푸처럼, 월마트처럼 자신들이 성공한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사업하고 싶어했을 텐데 어째서 그들은 다른 영업방침을 가지고 있고 성공의 길로 가고 있을까요?


"창조적인 생각은 순수한 열정으로 몰두하는 사람에게 찾아오게 마련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려다 보면 남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CEO인 이승한 회장이 쓴 책 창조바이러스 H2C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승한 회장은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다양한 분야의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였고 임원으로 승진하여 홈플러스라는 유통기업을 세웠다가 테스코에 매각된 이후 계속 CEO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의 창의적인 열정을 아주 좋아합니다. 가까이 뵌적은 없지만 유통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던 저에게는 같은 업계에 계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더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시설계 분야의 박사학위도 따시고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을 업계 2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이승한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낸 점포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점포 컨셉을 반영하여 문화센터라는 독특한 개념도 집어넣고 영국의 빅벤을 연상시키는 시계탑도 직접 설계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점포가 위치한 지역과 시장 상황에 맞는 점포개념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손님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점포를 만들었다는데 성공의 전략이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경영전략중에서 가장 실패한 것은 카르푸를 인수하지 못한 것이다."란 생각을 가지고 다시 홈에버를 인수하기 위해 거의 1년동안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에서는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수대금을 절약하면서 인수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한가지 더 오늘의 책을 읽고 감동을 느낀 것은 개인적인 아픔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들을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병으로 저 세상으로 보낸것은 이렇게 잘나 보이는 사람도 다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의 모습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경영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쓴 책들은 아주 많습니다. 원칙을 제시한 것도 있고 실천 방안들을 알려주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인이 자신의 경험적 이야기와 주장을 잘 섞어서 쓴 책은 읽기도 좋고 와 닿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을 하시고 계신 사업가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독서경영은 그런 의미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감사드리며

안계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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