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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는 국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최우수 작품에게는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날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은 코냑 브랜드인 Martell 캠페인이었다. 그 광고의 영상은 한마디로 환상이었다. 아련한 안개가 피어오르는 숲 속 길로 승마를 하는 남자의 모습 뒤에 카피가 이어졌다.

Art of Horsing, Art of Cognac MARTELL 

나는 이 광고를 보고 말을 타고 싶은 욕구를 느꼈고 승마 후에는 한 잔의 코냑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결국 돌아오는 여정에서 파리 드골공항에 머무를 때 기어이 코냑을 사서 마셨다. 승마는 영어로 Horse riding인데 나의 기억 속에는 분명 Horsing였다. 조어이긴 하지만 Horsing이 광고 영상에 더 어울렸다.  

또 다른 광고는 정원에서의 멋진 키스 장면을 보여주었다. 극히 절제된 정적인 영상은 소름을 돋게 했다. 프렌치 키스라는 영화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멋진 키스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카피는 Art of french kiss Art of cognac MARTELL...

그런데 왜 Art라는 키워드가 나왔을까? 그것은 MARTELL의 로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철자 안에는 ART가 있다. 이 세 글자를 네모로 하여 ART를 돋보이게 해놓았다. 우리는 그 영상과 브랜드 안에서 찾은 키워드로 전개한 워딩에 감탄을 했다. 

마르텔은 프랑스 꼬냑지방에 있는 회사다. 마르텔의 제품중에는 쓰리스타가 기준 제품이며 골드블루는 30년 이상 저장된 고급제품이며 실버 리본이 디자인된 골드 아르젠은 무려 50년 이상 숙성한 브랜드이다. 최고급품은 마르텔 엑스트라는 60년 이상 저장시킨 제품으로 일 년에 120상자만 생산한다. 그러니 술을 아트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물론 술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광고 이미지로 인해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광고의 영상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멋진 오감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심장을 뜻하는 HEART에도 ART가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섬유브랜드가 이를 응용한 광고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만 두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START 라는 단어에도 ART가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떤 기업의 이념으로 삼고 멋지게 활용할 수 있을텐데... 

또 예를 들면 미치다라는 CRAZY에는 A와 Z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자는 의미로 아이디어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카피라이터계의 후배인 정철카피가 ‘불법사전’이라는 놀라운 책을 썼다. 이 책에 보면 ‘미치다’의 비슷한 단어에는 ‘미친년’이 있고 ‘미친년’의 반대말은 ‘안식년’이라고 했다. 편하게 노는 한 해를 안식년이라 한다면 열정으로 일하는 일 년을 ‘미친년’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친년이 없이는 안식년도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중의적 표현을 통해 멋진 생각의 전환을 보여준다. 

착하고 성실한 제자가 핸드폰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LIFE라는 단어에 IF가 있는 까닭은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칠 수 없는 자신의 상황, 그러나 도전정신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가는 자신의 의지를 담아 보낸 것이다. 나는 이걸 보는 순간 나는 마르텔의 광고를 기억하고 그 소름끼치는 듯한 영상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LIFE라는 단어에 가능성을 나타내는 IF가 있는 줄은.

지금 그 제자는 원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 IF에서 LIFE의 진가를 찾은 것이다.

삼성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필자가 아프리카 케냐로 여행할 때 나이로비의 어느 호텔방에서 삼성 텔레비전을 발견하고는 뭉클한 적이 있다. 호텔 직원은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엄지손을 지켜 세웠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발음은 ‘샘숭’이었다. 삼성이 아니었다. 대개의 나라에서는 샘숭이라고 발음한다.

한 번은 삼성의 브랜드전략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나는 삼성의 해외 통합브랜드로 ‘SAM'을 추천했다. 세계 어디서나 샘으로 불리는 브랜드로 통일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이 제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SAMSUNG 안에는 SAM이 있다.

단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디어는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우선 주변부터 보라. 무엇보다 주어진 테마의 단어와 문장을 실펴 보라. 혹은 우리의 일상대화에 숨겨진 워딩의 아이디어를 찾아보라. 그 안에서 설득적인 글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감정(emotion)이란 말에 움직임(motion)이란 말이 들어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뿌리는 같다.(It is no mere coincidence that is so much motion in emotion. The taproots are the same.) -핼 스테빈스 <광고캡슐>에서

-최카피의 책  '1초에 가슴을 울려라' 중에서

                                                                                      최카피 2010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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