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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에세이에 연재하는 컬럼입니다.

후쿠오카에서 기차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상식이다. 큐슈지방을 둘러보려면 일단 후쿠오카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오카로 가기 좋고 큐슈지방에서 제일 북쪽에 있어서 큐슈지방을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출발은 하카다역. 하루는 네덜란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하우스텐보스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시간이 되면 나가사키까지 갔다 오면 더욱 좋다. 다시 후쿠오카로 왔다가 본격적인 기차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3일짜리 JR패스를 미리 준비하면 저렴하게 다닐 수 있다. 유후인을 거쳐 벳부를 거쳐 되돌아 오는 코스도 있고 구마모토를 들렀다가 아래로 내려가서 가코시마를 지나 미야자키를 거쳐 다시 위로 올라와 오이타를 통해서 후쿠오카로 오는 코스는 큐슈지방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것이다. 

특히 유후인은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다. 거리마다 아름다운 가게로 가득 차 있고 온천이 잘 발달되어 하루 쉬면서 구경도 하고 온천도 하는 것이 별미다. 벳부의 온천도 좋고 구마모토의 전철과 성, 그리고 유명한 라멘을 맛보는 것도 좋다.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 아소산에 올라가보는 것도 일본여행의 묘미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여러 가지 있지만 미각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에끼벤을 맛보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에끼벤은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데 각 지역마다 독특한 맛을 살린 도시락이다. 해마다 에끼벤 콘테스트도 열린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락정도로 생각하면 오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다. 또한 기차를 탈 때는 가능하면 맨 앞쪽이나 맨 뒷 칸을 타보라. 파노라마 전망차량인데 바깥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가격은 좀 비씨지만 그 값을 톡톡히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 남짓하면 닿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빨라서 기차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동수단인 것 같다. 여행은 그 여정이 중요하니까. KTX는 또한 터널이 너무 많아 풍경감상에서 손해를 본다.

큐슈지방의 기차여행은 풍광을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기차 그 자체를 즐기고 각 지역마다의 독특한 지방색과 경치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야 한다. 기차여행이 가지는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철도회사 JR은 낭만적이고 멋있는 광고로 유명하다. 각 지역의 특색을 광고로 보여주면서 기차여행을 자극하는 광고를 오래전부터 이어 왔다. 여기 선보이는 광고는 부부기차여행을 제안하는 풀문(Full Moon)시리즈이다. 풀문은 만월이니 보름달이 뜨는 것을 말한다.

 광고의 첫 번째에서는 계단을 나란히 내려오는 부부의 사진을 보여주고는 이런 카피를 썼다.

아내와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그런 작은 일들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광고1)

 

늘 뒤에서 한 걸음 늦게 따라오는 아내라면 기차여행을 통해 부부는 나란히 걸어가는 존재임을 깨다는 것도 좋으리라. 단순히 여행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담아 표현한 것이 이 광고시리즈의 장점이다.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든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기차여행이 주는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이번 겨울에는 기차여행을 계획해보라. 삶이 즐겁게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니. 

‘달이 뜰 때까지 기다려 봐요.’
내가 말하기 전에 아내가 말했다.
(광고2)
 

가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은 아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을 꺼낸 것은 나.

(광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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