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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는 아름답다.


중년여성에게는 향기가 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고뇌하고 아파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몸 전체에서 흐른다. 고뇌의 삯이 예술로 승화되듯, 그들은 곰삭은 젓갈의 담백함처럼 깊은 맛을 발산하기도 한다.

마음속에 가두었던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한 몸짓들이 나타난다. 벨리댄스를 추는 김정희는 우울한 감정과 기분전환인 행위로 내면의 끼를 발동한다.

김정희에게 자기표현은 처음 학교에 가던 날의 흥분과 불안, 긴장, 두려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설렘, 나의 부족함이 고스란히 들어날 것에 대한 초조, 이런 것들은 과도섹시를 표현하는 벨리댄스의 움직임 속에서 희열감으로 묻어났을 것이다.

사진은 과감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나를 적극적으로 자극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은 거짓된 행위이다. 공주병에 걸린 여인이 하루에 수 백 번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한들 그것은 좌우가 뒤 바뀐 날조된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작가의 눈으로 껍데기가 아닌 영혼이 들어있는 내면을 포착하는 일이야말로 숨어있던 것을 끄집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소리 내어 웃는 것만으로도 진정성에 관계없이 엔돌핀을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자극물이 자화상을 자극하며 쏟아낼 엔돌핀의 양을 생각하면 나 스스로에게 감동이 온다. 중세시대의 백작부인들이 그렸던 초상화는 권위의 상징이자 자기위안적인 것이었다면 김정희의 시도는 자기를 위안하며 스스로에게 당당한 미소를 흘리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관심을 쏟고 싶은 강렬한 갈망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중년의 시기는 상실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 혹은 통합과 성취의 시기이기도 하다. 한 여성이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욕구와 욕망 그리고 발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시기라는 자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껏 무시되고 억압되었던 자아가 고개를 내밀면서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까’등의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벨리댄서 김정희에게 자기표현적인 사진촬영은 인생의 5가지 대사건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어머니와 아내로서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렸던 과거에서 여성으로, 매력적인 여성으로 탄생하기를 발 돋음 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제 나를 괴롭혔던 외형적인 콤플렉스나 소심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당당한 여인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여성의 우울은 상실에서 오기도 하지만 한가함에서도 온다. 그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춤을 통해서 자기를 찾아나서는 이가 있다. 그녀가 김정희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춤을 춰라. 춤을 춰!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말’로 세상을 창조하신 신도 인간만큼은 흙으로 손수 빚어 만드셨고 , 당신의 작품에 이름을 붙이셨다. 그 이름을 빛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사진작가 백 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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