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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벤처거품이 꺼진 이후 우리나라의 벤처사업은 침체일로를 걸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업을 접었고, 투자금이 상당수 허공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자금은 끊임없이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노력을 한다. 수많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한 후 가능성이 평가되면 적당한 금액에 투자하게 되고, 일정시간이 지나서 회수의 과정을 거친다. 일정기간 동안 투자 손실과 이익을 평가하여 벤처 펀드가 일정한 이익을 내게 되면 또다시 투자에 나서는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선 순환 구조가 유지되지 못했다. 벤처 펀드의 자금이 전체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벤처투자 자금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국가에서 이러한 손실 부분을 메웠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에서 정상적인 투자 프로세스가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국가가 어디인지 아는가? 역시나 다 알고 있듯이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벤처투자지역이 있다. 벤처캐피탈이 가진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고, 타 기업에 인수된 기업의 창업자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미국에서 탄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규모가 엄청난 미국시장과 전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한번 성공했다 하면 투자 수익률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손실률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비슷하더라도 수익률에서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아니더라도 벤처창업에 있어서 활성화된 국가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미국 이외의 기업은 이스라엘 기업이 63개나 된다. 한국은 몇 개 기업이 있을까? 바로 3개의 기업이다. 이스라엘에 투자되는 벤처캐피탈 투자 자금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미국의 인구는 3억명이 넘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 국가이며 이스라엘은 겨우 인구 700만이 넘는 국가인데 말이다. 벤처투자는 투자의 성과가 좋으면 많이 투자하는 것이고, 투자성과가 나쁘면 적은 투자를 한다고 하는 기본적인 것을 이해한다면 결국 이스라엘은 투자 성과가 좋은 나라라는 결론이 된다.

미국의 최고 기술기업들은 이스라엘이 벤처회사를 인수하든지 연구개발센터를 열고 있고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창업자들에겐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최고의 나라’ 라고 했으며, 외국기업엔 관심이 없던 워렌 버핏도 2006년 레바논과 전쟁이 시작되던 그 해에 45억 달러나 투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재활용한 아이디어나 진부한 아이디어가 새롭게 포장되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침체 영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전쟁상황에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유대인들의 개인적 우월성에 대해서 논하곤 했다. 탈무드로 비롯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라고도 했고,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유전자의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이 미국을 이끌어가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우리의 상식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뛰어난 유대인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깜짝 놀랄만한 책 “창업국가 Start-UP Nation” 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70개가 넘는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다민족 국가이다. 이라크, 폴란드 또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난민출신 이민자들은 심지어 언어,교육,문화,역사도 공유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맥윌리엄스는 “이스라엘은 일차원적인 유대인 나라와는 정반대다. ….지구 곳곳에서 각기 다른 문화,언어,풍습을 가지고 와 ‘디아스포라’라는 일신교적인 용광로에 녹아 든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최근 청와대에서도 대량 구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책을 잘 읽어본 결과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구조를 가질 것이며, 국가와 기업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창조적 문화를 만드려면 어떤 소통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스라엘이 벤처사업으로 표현되는 혁신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그 동안의 역경이 창조적 문화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948년 독립 후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아랍권에 둘러싸인 위치 탓에 끊임없는 위협을 받았다. 지금도 주변지역과 전쟁을 수행 중이며 언제든 이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두 번째 성공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전 국민이 가지고 있는 군사문화의 독특성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무조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군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예비군으로 일년에 일정기간을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군사문화는 어쩌면 조직의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스라엘의 군사문화는 창업에 대한 모태 역할을 한다.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군사문화는 이렇다. 재능이 아닌 집념, 윗사람과의 격의 없는 태도,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성, 실패에 대한 독특한 태도, 팀워크, 미션, 모험 그리고 독립적인 훈련에 의한 창조력이다. 

 이스라엘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맞게 되는 군대의 경험은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만들어준다. 23세인 중대장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장교의 숫자가 매우 적고 하급자의 권한이 대단히 세다. 만약 잘못된 명령에 의해 군사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비롯 그가 장군이라 하더라도 하급자로부터 비난을 듣는다. 전 세계의 젊은이 중에서 이스라엘의 23살 먹은 중대장이 한 역할보다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일찍 책임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이것이 벤처창업의 큰 동기를 만든다. 이 책에서 비교대상으로 삼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경우도 주변의 강대국으로 둘러 쌓인 환경, 군사적 대치상황 등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스라엘만큼 창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는 것이다. 이것이 군사적 경험과 문화에서의 차이로부터 비롯된다고 평가된다.

 지금 우리나라도 새로운 벤처 창업의 붐이 새로 일고 있다. 바로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때문이다. 2000년 초까지 있었던 벤처붐 초기에는 인터넷 산업이 이를 이끌었다. 거기에 초고속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포탈,게임산업 등이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이후 대한민국 서울은 RPG(Role Playing Game)의 메카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제 새로 싹트고 있는 제2의 벤처붐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큰 과제가 되었다. 청와대에서 이 책을 대량 구입했다는데 과연 벤처붐 조성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두바이와 이스라엘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두바이를 칭송했다. 많이 변하긴 했지만 어쩌면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도 두바이 식 경제모델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그런 방식으로 우리나라가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그때의 향수를 잊지 않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

 하지만 창의적인 국가는 억지로 이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보다 소통이 잘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일들을 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반드시 실명이어야 하고, 국내 앱스토어에는 게임이 없다. 여전히 어르신들의 검열을 거치지 않는 문화상품은 팔 수 없다. 하지만 국내사이트만 이용하는 네티즌, 국내 앱스토어만 이용하는 게임사용자가 있는가? 새로운 세상을 원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창의적 국가가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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