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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것은 설레임이다.
다시 돌아올 기약으로 떠나기에 즐겁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넌다면 가슴이 저미어 올 것이다. MT를 어떤 이는 모텔의 약자라 했다. 물론 우스겟 소리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녀온 MT와 비슷한 면이 있다.
모델에서 남녀의 뜨거운 사랑처럼, 육체와 정신이 뒤섞여 하나가 됨을 의미한다. 우리도 그랬다. 청평의 인스타렙에서 하룻밤 사이에 여럿이 하나가 되어 돌아왔다. 뜨거운 열정의 뭉침.

중앙대 포토에세이 과정은 사진을 찍어서 글과 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 또한 MT이다. 사진과 글이 뒤엉켜서 일심동체가 되는 과정이다. 우리에게 MT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공감되지 않는가?


메인 강의는 조연심교수와 백승휴가 글과 사진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이 청평인지라 그곳의 소리를 사진으로 찍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배틀이었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사진으로 담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전반적인 진행에 강정은과 김정기님이 함께 했다.

그럼 출품작에 대한 작가의 변을 털어 놓기로 하겠다.
 



                                                                                                     조장현작.


버들 강아지다. 작가는 강아지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개의 소리라 했다.
와전된 부분이 있으나 하나의 이미지속에서 촬영자가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했던 자국이 묻어나 있다.
연녹색에 노랑 꽃을 피운 피사체. 솜털처럼 실루엣을 하고 있는 그 자태에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저 멀리 개울가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청평의 봄을 알리고 있다.

                                                                                              박종숙작.

촉촉한 대지에 봄비가 새싹의 꿈틀거림을 재촉하고 있다.
아침이슬이 내려 앉은 것처럼 눈꽃을  피웠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강의 물줄기가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물먹은 잎사귀가 기지개를 쭈욱 펴는 소리가 들린다. 피트니스 우지인 선생의 구령에 맞춰 새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청평의 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윤영신작.

의자는 기다림이요, 휴식의 오브제이다.
자욱한 안개속 산등선이가 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마주앉아 카푸치노 한 잔에 연인의 눈동자가 선하다. 음악소리가 연인의 설렘을 말하듯 잔잔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젊음이 있고, 그곳에 사랑이 피어나는 청평. 그곳에는 항상 음악소리가 들린다. 도심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지금도 그 음악이 나의 귓가에서 멤돈다.
 

                                                                               최귀덕작.

척박한 돌무더기 사이로 생명력 강한 쑥이 자라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쑥이 쑤욱하고 나왔다고, 그 소리가 봄을 알리는 청평의 소리라고. 귀여운 억지다. 그러나 작가는 아마도 그 쑥의 의미에 자신을 비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강인하고 향기 강한 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


                                                                                                   김언화작.

신발은 기표이고, 기의는 발자국이다.
우리가 걸어 온 길이다. 그 과정은 추억으로 묻혀진다. 청평은 흥미로운 곳이기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달음질하여 다가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모여 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물론 포토에세이 강의를 듣기 위해서 이다. 그 발자국소리는 전장에 나가는 군인의 전투화 소리요, 구령에 맞춰 행진하는 초등학교 운동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발자국소리는 청평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즐거운 소리이다.

                                                                                                     브랜드 김정기작.

사진은 이미지를 찍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사진으로 소리를 찍은 것이다  경쾌한 목소리가 강 건너 산기슭을 돌고 돌아 메아리로 돌아온다. 청평은 항상 깔깔거리는 아이의 음성과 연인의 사랑스런 속삭임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부르는 소리로 채워진다.

                                                                                                     박응태작.

강은 바다와 다르다.
거친 파도와 다른 그 무엇이 있다. 강가는 평화스러움을 상징한다. 얼마나 평화스러운가?
마지막 전봇대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걷기를 하는 곳이다. 자연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만든 곳이다. 문명의 혜택은 있으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 이곳이 청평이다. 강물속의 물고기가 떼지어 돌아다니며 흥겨움을 노래하고 있다. 고요속에  들리는 그 소리는 우리들의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다. 그 소리가 진정한 청평의 소리다.
 

                                                                                                      오화영작.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사진은 기억으로 가는 진입로이다. 인터넷에 정보를 검색하듯, 사진 한 장이 그곳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추억은 긍정적이다. 힘겨운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즐거움으로 둔갑하고 만다.
작가는 말한다. 남기고 싶다고. 인스타렙을 사진으로 찍어서 기억속에 저장하고, 그날의 분위기를 우산으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봄비속의 그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여인의 청자켓은 청평의 푸르름을 말하고 있다. 지금 찰칵거리며 찍은 지금이 바로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찰칵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언제라도 그 기억을 문을 열어준다. 찰칵, 찰칵 그 소리는 청평을 기억하기 위한 작가의  몸부림소리이자 청평의 소리이기도 하다.

                                                                                          우지인작.

규칙과 원리가 있다. 원리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규칙에는 항상 의문이 따른다.
이 사진에 3분할법이 적용되었다. 3분할법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틸트했다. 
기울어진 사진으로 작가는 고정의 틀을 깨고자 시도했다. 깬다는 것은 소리가 난다. 마치 유리창을 깨트린 개구장이들의 '쨍그랑'소리처럼. 청평이 안고 있는 그 틀을 깨는 소리는 각자의 자유다. 아무튼 소리가 난다. 그 들리는데로 가 청평의 소리로 알면 된다.

작가는 3분할법까지도 깰 수 있다. 그것만이 스타일을 가진 작가의 독창성이다.


                                                                                                  유동인작.

풍경소리. 고요한 풍경소리!
맞다. 적절하다. 작가는 말했다. 움직임이 없는, 제 몫을 못하는 이유는 너무 고요해서 그렇다 했다. 
나는 아침에 풍경소리를 들었다. 상쾌한 아침을 맡이하며 바라보았을 때 나를 부르고 있었다.
 쨍강, 쨍그랑! 사진에는 들리지 않았던 그소리가 아침에서야 들렸다. 그 소리는 미래형이었다. 서두리지 않고 언제라도 그 소리를 들려주는 청평의 소리는 여유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한영작.

청평에는 사랑이 있다.
연인의 음성, 그 소리가 청평의 소리다.
안개 자욱한, 봄비내리는 길가에서 deep kiss는 어떨까? 그들의 입김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촉감. 사랑하는 소리가 청평의 소리이며, 청평의 촉감은 연인의 키스속에 담겨진 그 질감이다.


                                                                                                    김복연작

사진은 프레임으로 시작하여 그로  끝난다.
프레임이란 틀이다. 창틀, 안경테, 문짝 모든 것이 프레임이라 말한다.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그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존재하고 있다.
고정의 관념을 표현하고 있다. 창문을 향해서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을 아늑함이다. 일요일 아침 교회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평화스러운 공간. 그곳이 청평이다.


                                                                                                조하나작.

소란스럽다. 흥겹다.
술렁이고 있다. 툭툭 던지는 농담소리에 왁자지껄거리는 젊은 시절이 삼양라면의 추억속으로 들어간다. 공중에 떠있는 나무젓가락과 손가락이  여럿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 창가에 보이는 녹음은 청평의 푸를 '청'자요, 아랫쪽에 찍어 낸 프레임의 안정적인 구도는 평화스러운 청평의 모습이다. 굳이 청평의 소리를 말하라면 그것은 '왁자지껄'이다.

                                                                                                    주선장작.

이미지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려면 뚫어지게 쳐다봐야 한다.
어떤 물체를 바라보면서 알아차리고 회상에 잠기는데는 절차가 필요하다. 물론 그 절차는 생각을 속도보다도 빠르다. 뭔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감각, 뭔지를 알아차리는 지각, 그리고 그것때문에 연관된 생각을 떠올려내는 인식의 과정이 있다.
희미한 물체처럼 정확지 않은 지각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사진이 그렇다.
작가는 말했다. 어둠 저 너머에 있는 산속의 이야기, 모터보트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오른쪽에 반쪽 난 건물의 의미. 이런 여러가지가 담겨있는 사진이다 라고.

오른쪽의 건물은 아마도 번지점프인 듯하다.
그럼 청평의소리는 다양하게 들린다. 번지점프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비명소리, 모터보트소리와 보트속 연인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있다. 강건너 산속에는 새들의 함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것이 청평의 다양한 소리이다.



                                                                                                        이용각작.

작가는 말했다.
길너머에 누군가가 오고 있을 것이라고.
아마도 굽은 길너머 산을 지나면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싯귀절처럼.

한참을 바라보노라니 모두의 고향 앞산이고 누구나 걸었던 길이다.

학교에서 돌아 오는 아이가 부르는 '엄마!'. 우체부 자전거의 삐걱거리는 패달소리가 들린다.
자! 기울여보라.

                                                                                                     최민호작.

한 가지만 말하라.
그것이 소통의 첫번째 규칙이다.  화가의 생각이 많은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혼돈을 줄 뿐이다. 작가의 설명에는 백화점처럼 놓인 청평의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평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처럼 MT온 학생들이 축구하며 지르는 함성소리가 들린다. 뻥뻥거리며 상대편을 향에 차올린 공소리가 공기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그것이 젊음이 함께 하는 청평의 소리다.


 

                                                                                                                                하진옥작.

단순한 듯 보이나, 의미부여  여하에 따라 작품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이를 작품이라 한다. 왜냐하면 배틀에서 1등을 먹었기때문이다. 수줍은 중년여성의 작품이다. 그녀는 삶의 고뇌속에서 만들어진 지혜로움으로 청평을 표현했다.

청평의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해야 했다. 맑을 淸에 평평할 平이다. 맑음이 있는 평화스러운 평원. 내 생각이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중앙을 가로지른 굵은 선을 수평을 나타내며, 수평구도는 안정감을 만든다. 맺혀진 물방울은 맑음 그 자체이다. 그 물방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청평의 풍광이 보인다. 그러나 하얀색깔로 표현되었다. 그것은 비움의 겸손을 말한다. 비움은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청평, 그곳은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지식소통 조연심교수는 말했다.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심원한 철학이 담긴 사진이다. 
작가는 말했다. 청평의 소리는 노래가사처럼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다고. 그렇다. 조건부 미래진행형이다. 손을 댓다는 조건속에 미래에 울려퍼질 청평의 영롱한 소리이다. 단순한 울림이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항상 간직할 그 소리인 것이다.

나는 요즘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근본을 무시한 모든 사상은 사상누각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철학적인 의미는 많은 생각을 남겼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
청평의 인스타렙은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며 나에게 겸손하라 말하고 있었다. 그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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