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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고기가 아니라 식욕이라 했다.
나는 그 식욕을 왕성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그 식욕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운동을 한다. 나의 삶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 중에 하나다. 물론 요즘은 말걸리를 즐기지만 운동하지 않고 그것을 자주 마시면 나오는 배를 막을수 없음이다.

나는 코엑스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것 또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많은 전시회들을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화의 유희다. 종가집의 고집과 자존감이 그들만의 음식을 만들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 온  노하우를 발견하기위해 찾았다. 섬김의 미학, 종가와 종가음식으로 시작하는 전시.


코엑스의 전시장 입구에 있는 표지판은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저 멀리에는 장닭의 작품이 세상의 변화를 알리고 있었다.  노랑, 녹색 그리고 빨강을 비롯한 강렬한 색체가 가을의 중심에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장독대, 그것을 해설자는 종가집 아낙들의 정성이라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의 그림자를 통해서 여유로움을 보았다. 장독대는 여자들에게 모든 음식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고추의 녹색과 붉은 색이 대조를 이루며 햇살과 그림자 사이에서 노닐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호박이 말라 비틀어지며 요즘 여자들의 몸매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왠지 이 광경을 보는 순간부터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과거로의 회귀요, 고향의 언저리를 지나고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빛의 느낌보다 그림자의 느낌이 와닿는다.  그 이유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전시장은 작가의 미학적인 표현과 그 안에 연관된 의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섬김의 미학, 그것은 손님, 남편, 일꾼, 자녀, 조상, 부모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족과 조상뿐 아니라 손님과 아랫사람들에게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건강과 배려 그리고 상징하는 의미들이 음식을 통하여 보여지고 있었다. 


멧돌을 돌렸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기에는 그 표현력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렌즈의 화각에 속력을 붙였다. 찬찬히 앉아서 멧돌을 돌려 음식을 만들어내던 종가집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이미지를 통해 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발동시켰다.
물론 의도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삶과 여유라는 단어를 붙여봤다. 먹을 것, 밥이 하늘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만 빈곤의 시기에 쌀은 대단한 의지였고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옆 항아리속에 자라고 있는 화초는 여유로움으로 봤다.


박람회의 국제화를 사징하기위해 기모노차림의 일본 여성을 사진에 담았다.
한국의 붉은 담벼락과 상반되는 진녹색 의상의 여성이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종가집의 음식문화를 통해 섬김의 미학을 표현한 이윤화대표다.
소녀의 해맑은 표정은 상대의 마음속 우울까지도 날려버리는 치유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어찌 이 모습에서 복잡하고도 규모있는 일을 해냈을까를 떠올리면 대단한 저력이 몸안에 도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좋다.


사인을 했다.
방명록에 나의 이름을 흐미하게 갈겼다. 가운데 '승'자가 이을 승이다. 그 이어짐, 고단한 삶속에서도 종가집의 전통을 이어오기위한 아낙들의 노고스러움을 보았다. 혹자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긍정의 시각을 형태화하기 위한 것이니 그리 봐달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노고, 고단 그리고 고뇌같은 것들은 우리와 격리된 차가운 어휘들이 아니라 함께 쭈욱 살아왔던 나 자신과도 같은 것들이기에 당당하게 이 단어를 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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