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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손석희입니다. "
그 주의 핫 이슈에 대하여 각계 저명인사나 전문가를 모시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게 했던 시사토론의 대표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100분>토론이 결국 막을 내리게 되었다. 자세한 내막이야 추후 밝혀지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볼만한 TV프로그램 하나가 또 없어지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오락,예능프로그램 위주의 방송 3사의 프로그램 편성을 볼때 무엇하나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생각할 기회나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부재가 걱정이 됨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오마에겐이치의 <지식의 쇠퇴>는 생각하지 않는 일본인들을 향해 따가운 목소리로 질책하는 시간을 갖게 하지만 읽는 내내 우리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그 책을 읽고 일본만의 이야기라고 안도하게 하고 일본인들을 일깨워 다시금 일본천하의 명성을 되찾게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도 되었다. 그 책에서도 TV 프로그램의 예능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는 특히 토론문화에 익숙해 있지 않다. 그저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지위나 권력으로 강제적으로 누르려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기보다는 자신이 할 말에만 혈안이 되어 결국은 언쟁을 높여 싸움에 이르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진정한 토론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고 대안있는 비판과 제안이 활발하게 쏟아져나와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와 전문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무조건 옳고, 우리 쪽 의견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택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결코 토론이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번 손석희의 <100분토론> 결방은 지금의 현실로 봐서는 안타까운 결정일 수 밖에 없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한 것은 아니지만 현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봤던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손석희 교수의 정돈되면서도 결코 어떤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중립적 입장으로서의 정리를 해 내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현명하게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적어본다.

아래는 MBC 손석희의 <100분토론> 결방을 알리는 기사와 시청자게시판에 올린 전문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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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MBC <100분토론> 진행자(성신여대 교수)가 22일 진행자에서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자신이 남더라도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않고 부담만 주기 때문이라고만 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해 사내외의 압력이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손 교수는 이날 오후 MBC <100분 토론>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린 '시청자 여러분, 손석희입니다'라는 글에서 자신의 퇴진 문제에 대해 "노사관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어 이제는 제가 입장을 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결국 이 글은 마지막 인사차 올리는 글"이라고 밝혔다.

손석희 게시판에 퇴진의사 밝혀…"남더라도 프로그램에 도움안돼"

손 교수는 퇴진 이유에 대해 "이미 저의 퇴진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모두에게 부담만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혹 제가 <100분토론>에 남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MBC <100분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손 교수는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며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으며, 행간의 의미를 찾으실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8년 가까이 진행을 해오는 동안 "<100분토론>을 진행하면서 이 약속을 크게 어긴 적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편향된 면은 있었지만 퇴진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최근의 주장에 대해 "제가 실제로 그랬다면 <100분토론>이 오늘날 대표적 토론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토론진행자로서 허물이 없을 순 없겠지만 8년을 진행하고 물러나면서 가질 수 있는 이 정도의 자부심은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퇴진문제가 프로그램의 새로운 출발과 연관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신의 퇴진문제가 더 이상의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더이상 논란 이어지지 않길…그동안 관심과 사랑 질책에 감사"

손 교수는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0분토론>(목요일 밤 12시10분)과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매주 월∼토, 아침 6시15분) 진행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씩은 거의 밤을 새워야 했으나 "이제는 해방된다"며 "앞으로 남는 시간은 학업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좀 더 매진하는 데에 쓰겠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그 동안 새벽 두시가 돼서야 끝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주시느라 함께 고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손 교수는 "동시에 저나 <100분토론>을 아프게 비판해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그러한 비판 덕분에 또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손 교수가 MBC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 손석희 교수가 MBC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린 글.  
 
시청자 여러분 손석희입니다

<100분토론>을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석희입니다.

제가 <100분토론>을 두 번 진행한 후인 지난 2002년 1월 26일에 이 게시판에 처음으로 인사차 글을 올린 후 7년 10개월 만에 두 번째 글을 올립니다.

제 거취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열흘 가까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걱정도 해주셨고 격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저를 아껴주시는 차원에서 조언도 많이 주셨습니다. 물론 저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회사측도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된 것처럼 제 문제는 노사관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제가 입장을 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회사측의 결정에 따른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퇴진이 결정된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결국 이 글은 마지막 인사차 올리는 글입니다. 이미 저의 퇴진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모두에게 부담만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혹 제가 <100분토론>에 남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으며, 행간의 의미를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7년 10개월 전에 제가 이 게시판에 올린 첫 글에 "저는 어떠한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0분토론>을 진행하면서 이 약속을 크게 어긴 적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부에선 저의 퇴진 문제를 논하면서, 편향된 면은 있었지만 퇴진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봤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자칫 이것은 인상비평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랬다면 <100분토론>이 오늘날 대표적 토론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토론진행자로서 허물이 없을 순 없겠지만 8년을 진행하고 물러나면서 가질 수 있는 이 정도의 자부심은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의 퇴진문제가 프로그램의 새로운 출발과 연관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의 퇴진문제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사실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하루씩은 거의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밤샘에서 해방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했던 회의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남는 시간은 학업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좀 더 매진하는 데에 쓰겠습니다. 그 동안 새벽 두시가 돼서야 끝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주시느라 함께 고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저나 <100분토론>을 아프게 비판해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한 비판 덕분에 또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편때까지 이제 저의 진행은 네 번 정도 남았습니다. 11월 26일부터는 새로운 진행자와 함께 한 단계 더 도약하는 <100분토론>을 저도 시청자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693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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