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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뒷동산에 오르다 서리꽃 세상을 만났다.
밤새 흩날리던 안개가 나뭇가지 말라버린 풀잎에 붙어 서로 엉기며 얼어붙었다.
자연의 이치는 늘 한결같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수시로 달라지기에
안개낀 아침도, 서리꽃 만발한 아침도 어제같지 않고 또 내일같지 않으리라.

오늘은 크리스마스이고 많은 사람들이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낮엔 비가왔다.
하지만 아침만큼은 화이트였다. 
해가 뜬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그 온기가 스며들어 서리꽃을 녹여내버리기 전까지는!
메리 화이트아침 크리스마스!

가까이 들여다 보니 무수히 많은 작은 물방울 들이 서로 기대어 있다. 그것들이 모여얼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이름없이 쓸모없이 지난여름 자랐던 키큰 잡초였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뽑히지 않았고 명다해 낙엽보내고 
남은 가지에 남은자의 역할로 서리꽃을 그 한몫으로 다한다.


길이 시작되는곳, 다시 끝나는 곳의 입구에 선 하얀 너는 지난여름 한껏 푸르렀었지.

쑥대다. 잎떨구지 못한 그대로 말라버린 위에 다시 흰 서리 맞아 넉넉해 져 버렸다. 


언제 널 이리 유심히 보았는가? 오늘 뿐이다. 긴 여름 해와 비와 바람과 천둥을 맞고 남아 다시 겨울을 맞고도 오래
간밤의 안개와 서리, 아침의 늦은 해돋이가 너를 보게 했다. 스스로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니라 누군가 보고자 할때
보이는 게 만물의 이치 아닌가! 과히 애석타 말아야겠지.  


남겨진 고추들의 바람찬 들녘의 허무함에 찬서리까지!


그래도 누런 잎 절반, 푸른잎 절반 서리맞아 고난의 시간 지나는 중!


강아지풀은 겸손한 풀이다. 때가되면 모두 고개숙이며 복스런 자태 가볍게 떨고있다. 


그 가여운 대 위에 얹힌 머리숫에 밤새 이슬맞아 희어져버린 겸손까지!


지난 여름 씨 이곳에 뿌린것으로 주인을 자처하며 뜨거운 여름 내내 익은 알맹이 빼가고 
남겨진 대와 껍질 몇겹만 남았다. 


길가에서 군무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겨울 꽃이라 스스로 명명한 줄기와 잎과 꽃잎들이 된서리에 색없는 미를 다시 드러냈다.




 저 갈색 통안에는 하트모양의 씨앗이 있다.
씨앗 고이품고 대신 넓은 공간만들어 숨쉬게 하고 겨울 한철 비눈바람을 맞고 서리까지 끝내 버텨 낼 모양이다.

아침은 화이트였다.
낮엔 비가왔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모양이다. 좀더 추었더라면 눈이 분명했을것을.
하기사 지난 2주전 호주에 갔더니  크리스마스가 한여름이더라.

한명의 실존자가 온 인류에게 생명과 희망과 행복함을 빌게 만들고 그 날을 기념하게 하여
각별한 시간으로 만들게 함이 어찌 가능했을까? 
예수그리스도란 이름이 우리 각 사람들에게 어떤 분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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