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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의 이름 볏가리 마을

 

얼마 전에 집단지성 포티라운드(www.40round.com)의 멤버들과 함께 남해에 있는 청산도에 다녀왔다. 청산도는 완도에서 뱃길로 한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섬이다. 섬 주민은 대략 1천명 정도로 생각보다 매우 큰 섬이다. 완도군에 속하며 청산면이 소재한 면소재지 섬이다. 이 섬에서는 4월 한달 동안 느리게 걷기 축제를 하는데 섬에 있는 풍광 있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방문하게 하였다. 초기에는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진전이 있었으나 나중에는 축제 전문가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좋은 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섬 주민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길도 개척하게 되었다.

 

사실 청산도 정도의 경치를 가지고 있는 섬은 우리나라에 매우 많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바닷가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청정 해역이고, 리아스식 해안은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모든 섬이 청산도 처럼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축제를 하지는 않는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름대로의 축제들을 하지만 차별화 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가보면 그저 먹고 마시는 장터를 유지하기 위한 축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여튼 청산도는 전문가와 지역민들의 합작하에 성공적으로 지역의 장점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통하여 외지인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박수 받을 만 하다.

 

나의 고향은 충남 태안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 위치해 있다. 바닷가라고 해도 바다가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니고 집 뒤에 있는 초등학교 정문에 가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집 앞에는 너른 논이 있는데 과거 할아버지 시절에 간척이 되어 논이 되었다고 하고 또 그 밑에는 새로 간척된 논들이 있고, 가까이는 염전이 있기도 한 특이한 농촌 마을이다. 이 고향마을의 특징은 농촌이면서 바다의 이점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이야 우리나라에서 특별할 것 없이 논농사를 지어서 벼를 재배하고, 밭에는 봄에는 보리를 심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콩을 심는다. 가을에 콩을 거둔 곳에서는 마늘을 심기도 한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이점은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서 바다에서 양식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름에는 바다낚시를 할 수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그물을 놓아서 고기를 잡기도 한다. 그만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의 별명이 있는데 바로 볏가리 마을이다. 볏가리라는 것은 가을에 벼를 벤 이후에 건조를 위해서 벼를 모아 놓은 것을 말하는데 과거 손으로 벼를 베던 시절에는 논에 볏가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모를 심는 것부터 수확하는 것까지 기계화된 요즘은 벼를 베자마자 탈곡을 하므로 볏가리를 볼 수가 없다. 볏가리 마을의 별명이 붙은 것은 나름대로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이다.

 

수년 전 여름날 고향마을에 가보니 사람들이 견학을 많이 온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웬 사람들이냐고 어머니께 여쭤보니 농촌마을 견학을 온 도시 사람들이란다. 농촌이면서 바닷가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찾아온 사람들(특히 어린이들)에게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농사짓는 것을 보여주는데 오전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가까이 있는 염전에 가서 소금 만드는 법을 배운 다음 예전에 물을 옮기는데 사용되던 수차에 올라서 열심히 밟는 것을 해 본다. 지금은 전기모터를 쓰느라 쓰여지지 않는 이 수차는 돌아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염전에 와본 추억을 갖게 만드는 물건이다.

 

하룻밤을 지내고 난 후에는 특별히 개조한 트랙터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나간다. 이곳 바닷가의 특징은 썰물이 되어 갯벌이 드러나면 경운기나 트랙터가 바닷가 멀리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갯벌이 뻘로 되어있지 않고 모래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우 단단하여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실제 멀리까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길이 나 있기도 하다. 이 길은 주민들이 겨울에 굴 양식을 위해서 드나들 때 주로 사용되는 길이다. 하여튼 이곳을 트랙터를 타고 한 바퀴 바다를 돌아보고 나면 어린이들은 매우 즐거운 표정이 된다. 책에도 나오지 않는 트랙터 버스를 타고 썰물이 난 바다를 다녀 온다는 것은 추억에 깊이 새겨질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광 상품이 탄생하게 된 것은 몇몇 사람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볏가리 관광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위원장이 나의 사촌형이고 총무는 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이다. 이 친구는 과거 건설회사를 다니면서 해외 건설현장인 리비아에 다녀온 후 모은 돈으로 고향에 내려와서 작은 목장을 만들고 펜션을 지었다. 이를 어떻게 알리고 활용할까 고민한 끝에 볏가리 마을 체험마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나의 사촌형이자 위원장이다. 태안군내에 웬만한 유지들은 다 알고 있고 하도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자신의 농사일도 소홀히 할 정도로 마을 일에 열심인 사람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 학력에 마케팅 이란걸 배운 적도 없을 텐데 마을 이름 짓기부터 시작해 방송홍보 등 각종 마케팅 방법을 동원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방송에서도 여러 번 방영되었고 지역 음식도 소개가 많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활동도 열심히 해서 정보화 마을로 지정되어 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모든 집이 pc가 있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농촌과 바닷가가 결합되어 있는 마을은 전국에도 수천 곳이 존재한다. 태안군내만 봐도 대부분의 마을이 농촌이면서 바다가 인접해 있다. 하지만 볏가리마을처럼 체계적으로 관광상품을 만들어 코스, 숙박, 놀이 들을 제공하고 마케팅을 잘 하는 곳은 별로 없다. 이제 농촌은 변해야 한다고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그곳에 사는 분들도 고민을 많이 한다.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지고 세상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높은 소득과 마을 개발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볏가리 마을처럼 말이다. 올 한해 어린이들에게 농촌과 바닷가 체험을 하고 싶은 가족과 학교가 있다면 볏가리 마을을 적극 추천한다.

 

http://byutgari.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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