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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유익할 것이다.(1418(즉위년) /10/12)

세종이 즐겨한 공부법 중에 경연(經筵)이란 것이 있습니다.
경(經) 사서삼경과 같은 고전으로서 중요한 경전을 말하고 연(筵)이란 펴놓은 자리를 뜻합니다. 즉 죽 둘러앉아 서로 책(경전)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말하는 독서토론과 같은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1418년, 세종께서 8월 10일에 즉위하여 왕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은 10월 12일에 다음과 같은 장면의 경연을 갖습니다.

경연에 나아갔다.
경연을 전담하는 신하 이지강이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일거 올리고 또 아뢰기를,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모든 신하들이 바르게 되고, 신하들이 바른 연후에야 모든 백성들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사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없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 하였다.



신하는 임금에게 마음을 바르게 할 것을 말하며 그 영향력이 어떠한지에 대해 부연합니다. 그러자 임금은 이에 응답하며 글만 읽고 뜻을 안다고 학문한다 말할 수 없으니 마음공부가 있어야 글 읽고 학문하는 것이 유익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말하는 이는 22세 청년 초보 왕 세종입니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을 한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꿈을 실현할 곳으로 알고 들어간 상아탑이 다시 살벌한 전쟁터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우리의 청년들이 달리 생각하고 달리 바라보아야 할 세상은 없는 것일까요? 오로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아야 사는 것일까요? 이런 스트레스조차도 넘어서야 진정 목표에 도달하는 것일까요?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텐데요.

어쩌면 우리 청년들의 때와 그 이전에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요? 폭넓은 독서와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고, 여행도 하고,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취미도 갖고, 친구끼리 이념과 시사에 대한 논쟁도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여미면서 유연한 마음자세를 갖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허무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세종의 말씀처럼 학문의 진정한 유익은 바로 그런 공부가 병행되어야 참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닐지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다시, 세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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