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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매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벼 주위에서 자라며 벼의 성장을 막는 잡초를 뽑아주는 것입니다. 이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랍니다. 벼농사에서 가장 일손이 많이 가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초제를 쓰기도 하지요. 독한 약으로 잡초를 죽여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한 농가에서는 이처럼 당연한 김매기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초제를 쓰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잡초를 벼 사이에 그냥 자라게 합니다. 좁은 곳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사는 것이지요. 그러면 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농가가 게을러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매년 품질 좋은 쌀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 농법이야말로 건강한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니 놀랍습니다.


제초제의 유해성을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김을 철저히 매서 잡초를 완전히 제거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벼에겐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짧게 본다면 벼에게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흙에서 양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다보니 겉으로 보기엔 쑥쑥 자라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알곡도 많이 열리겠지요.


하지만 근본에서의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쟁이 없으니 깊게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게 되고, 결국 뿌리는 얕고 허약해 집니다. 병충해나 비바람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비료나 농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서 더 저항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뿌리가 얕아 비료에 의존하는 벼는 사람으로 치면 비만아와 같다고 합니다. 과체중에 살이 많지만 면역력이 현격히 낮고 성인병을 달고 사는 그런 아이 말입니다. 이런 어린이가 병원을 자주 들락거려야 하듯이 내성이 사라져가는 벼들은 점점 더 약에 의존해 살아가야 합니다. 


단기간의 소출이야 적어질 수 있지만 몇 해 꾸준히 잡초들 틈에서 종자를 개량해 온 벼는 뿌리가 탄탄해 병충해에 내성이 강하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잡초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땅속의 양분을 힘차게 흡수해 잘 자란다고 합니다. 높이 자란 잡초와 벼가 섞여있는 논이라니, 쉽게 상상할 수가 없네요. 


어떻습니까. 참 지혜롭습니다. 농사라는 게 한 두 해 하고 그만둘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긴 호흡으로 참 멀리 보았네요. 그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2.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한방향 정렬이 이뤄진 교육 시스템 속에서 부모들은 지금도 열심히 김매기를 합니다. 초등학생교 고학년부터는 입시공부만을 시키고 그 외의 활동은 모두 제거합니다. 아이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시하고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조금이라도 조기교육을 시켜 보겠다고 애를 씁니다. 방과 후에 다녀야 하는 학원은 십여 개에 이릅니다. 


키가 쑥쑥 자라듯, 열심히 외워서 문제 푸는 능력이 점점 향상되고, 알곡이 풍성히 열리듯 답이 정해진 시험에서 점수만 척척 받아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요? 과연 지금의 교육이 아이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변하는 환경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내성을 길러주고 있는 것일까요? 


오리 농법이나 왕우렁이 농법 등이 최근 각광 받고 있습니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는 만큼 진일보한 농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성과 생명력에 중심을 둔다면 이런 농법들도 새로운 수준으로 더욱 진화할 것입니다. 우리 교육도 그러했으면 합니다.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부대끼며 조화를 찾아가는 그런 교육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연은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자연답고, 또 그래야 생명력도 살아나니까요.


글. 기업인재연구소 대표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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